김홍기 삼성SDS 대표
지난 17일 한국 증시가 사상 최악의 폭락사태를 보였다. 무려 93.17포인트가 급락하여 종합주가지수는 707.72에 마감됐고 코스닥지수도 22.33포인트 떨어진 173.54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사태가 인터넷 열풍의 거품이 걷히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실적 없이 꿈만 꾸던 기업들이 기업경영 본연의 자세로 돌아오는 계기가 될 수만 있다면 비싼 보약을 먹은 셈이라고 위안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핵심역량을 돌아보지 않은 채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나섰던 것을 생각하면 이와 같은 사태는 벌써부터 예견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SI업계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SI산업은 「산업의 정보화」와 「정보의 산업화」라는 두가지 명제 아래 모든 산업에 정보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온 국가기간산업이다. 따라서 SI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반드시 육성시켜야 할 미래지향적인 성장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SI산업을 한물간 산업으로 치부하면서 자사의 핵심역량과 무관한 인터넷 비즈니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인터넷 열풍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SI산업 내부에 잠재된 문제점에 연유하고 있다.
SI산업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 병폐의 한 가지는 기술 특성을 도외시 한 최저가 낙찰제와 이에 따른 저가입찰이 과당경쟁과 덤핑수주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온 것이다. 가장 중요한 수요자 가운데 하나인 정부에서 발주하는 프로젝트조차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사례가 많았고, 이는 결국 최저가 관행으로 굳어져 SI업체의 수익률 감소를 초래하고 나아가 국가 기간정보시스템의 부실화로 이어지고 있다.
SI업체 스스로도 기술력과 특화된 서비스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나가기보다는 「무조건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전근대적 행태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미래 국가경쟁력을 책임져야 할 SI산업이 자신의 소임을 다해 왔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는 지난해부터 최저가 낙찰제 대신에 품질과 기술을 중심으로 한 최적격 낙찰제 도입과 헤드카운팅 방식의 규제제도 개선 등을 통해 최저예산→저가입찰→덤핑수주→부실시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또한 프로젝트에 대한 사전감리제도 도입을 통해 투입인력과 결과물에 대한 질적 평가가 조기에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업계의 자율적 움직임에 발맞춰 정부도 각종 법·제도·관행 등에 대한 개선의지를 보임으로써 일부나마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지속적인 결실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국가정책이나 기업의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들 스스로 정보화가 투자를 줄여 효율증대를 도모하는 정책이 아닌 투자를 늘려 더 많은 이득을 낼 때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다.
우리는 왜 수많은 국가들이 「정보인프라=국가경쟁력」이라는 구호 아래 정보화와 관련하여 엄청난 투자와 관련산업 육성 및 대국민 교육에 힘쏟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 가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화지수가 22∼23위에 머물고 있는 현실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하겠다.
SI산업의 발전을 위해 또하나 노력해야 할 일은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넓은 세계시장을 바라보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정보서비스 시장은 전세계 시장의 1%에 불과하다. 따라서 어렵더라도 우리는 해외로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명품 솔루션을 만들어 글로벌 스탠더드에 도전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모색해야 한다. 국내시장을 대상으로 만들었던 솔루션을 겉모습만 바꾸어 해외시장에 판매하겠다는 발상을 버리고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일을 국내외 유수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솔루션을 공동개발하고 공동마케팅을 추진함은 물론 다양한 기술 및 자본교류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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