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벤처 창업이 러시를 이루면서 한 명의 CEO가 2개 이상의 업체를 경영하는 멀티경영체제라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공식적으로 2개 이상의 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CEO만도 줄잡아 20여명에 이르며 비공식적인 것까지 합치면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멀티CEO로는 이양동 사장을 들 수 있다. LG인터넷 CEO 출신인 그는 최근 웹투폰·어헤드모바일·이피탈홀딩스 등 3개 업체의 CEO를 겸하고 있다.
최근 골드뱅크 CEO에 오른 유신종 사장은 종전의 이지오스 사장자리를 겸하고 있어 동시에 2개 업체를 경영하는 멀티CEO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소프트뱅크코리아 이홍선 사장도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사장자리를 겸직하고 있으며 황지윤 사장도 드림원과 버디버디의 CEO다.
이밖에 에이메일과 이맥21의 CEO인 백동훈 사장, 세림이동통신과 인터빌리지 CEO인 오익균 사장, 인티즌과 맥스무비 CEO인 박태웅 사장 등 멀티CEO들은 의외로 많다.
미래산업과 라이코스코리아의 CEO를 겸하고 있는 정문술 사장도 멀티CEO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멀티CEO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벤처 창업이 늘어날수록 CEO 수요는 늘어나는 데 비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업체들이 전문화 및 사업확장을 계속해나가고 있어 멀티CEO에 대한 필요성이 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터넷업체들이 사업확장과 새로운 전문영역 개척을 위해 합작회사나 신설법인을 만들 경우 전문성에서나 사업의 영속성 및 시너지효과를 위해서는 이를 주도한 CEO가 새 회사의 CEO를 겸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집아시아 유창완 사장이 새로운 사업을 위해 합작설립한 집아이의 CEO를 겸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멀티CEO에 대한 우려론도 만만찮다. 벤처의 CEO라면 한가지 일에만 전념해야 할 처지임에도 여러업체를 거느리게 되면 누수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멀티CEO들이 속속 생겨나는 이면에는 성공한 벤처기업가의 상품가치를 활용해 펀딩을 쉽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지 않느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CEO 수요초과현상을 빚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멀티경영 체제는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자의든 타의든 인력기근 때문에 다수의 업체를 거느리게 된 멀티CEO들이 능력을 발휘해 거품론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인터넷벤처산업을 더욱 알차게 만들지, 아니면 또다른 거품을 일으키게 될지 주목된다.<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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