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가 말하는 국내 은행들의 사이버 마인드

은행들이 최근들어 인터넷고객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한 벤처기업이 10개 시중은행 전체를 상대로 사이버 마인드를 측정한 결과 4개 은행만이 이에 제대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나 현재 국내 은행의 정보화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하게 했다.

지난 13일 인터넷뱅크서비스 벤처기업인 엔머니뱅크는 e메일을 통해 자본금 5억원 및 증자대금 10억원 등 총 15억원의 운영 컨설팅 및 수취어음 보관 업무 위탁을 타진했다. 엔머니뱅크가 증자대금 10억원을 1년동안 운용한다는 전제아래 총 9가지 조건을 내걸고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선정할 계획이었다. 단 전화나 방문은 거절했으며 e메일을 통한 상담만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수십∼수백억원을 투자, 저마다 인터넷만이 살길인 것처럼 외치던 시중 은행들의 대응에 대해 실망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 이 벤처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e메일을 통한 「주거래은행 선정을 위한 정보제공 요청」에 e메일로 응답한 은행은 한미 하나 신한 기업은행 등 4개뿐이었다.

특히 한미은행만이 사이버캐릭터인 「나한미」 명의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부풀려진 답변 없이 솔직한 조건을 제시해왔다는 것이 이 업체의 설명이다. 또 이번 경험을 계기로 이 벤처기업은 오히려 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입장에서 사업에 더욱 자신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단편적인 사건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일이지만 국내 은행들의 사이버 마인드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터넷상의 거래에서는 은행과 고객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오히려 무조건적인 조건 수락이나 부풀려진 정보를 제공하는 은행보다는 고객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솔직한 정보를 제공해준 은행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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