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경영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사회의 진입으로 의료분야에 커다란 변화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생명공학뿐만 아니라 신소재·전자·통신분야의 발전은 의료기술의 일대 혁신을 몰고와 21세기 의료계는 디지털 의료경영을 구사해야 하는 시대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예전 의료서비스가 주로 양적 확대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질적 중심의 의료시대로 변모하고 있다. 의료정보의 확대 재생산으로 의료서비스 주도권이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로 바뀌면서 병원경영에서도 치열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한 서비스 질의 제고와 마케팅이 중요한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들은 경비절감과 신속한 환자진료를 위해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PACS가 의료보험수가 적용됨에 따라 20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이 PACS 도입을 앞다퉈 도입하는 등 약 50여곳 이상의 중소병원이 이 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PACS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또 가천의대 길병원 등 수십개의 대학병원이 연합, 의약품 전자상거래 사업에 직접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의약품 유통단계에서 상위 먹이사슬에 속했던 최종적인 수요자가 중간유통 단계를 제치고 직접 제약사와 거래함으로써 물류비용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의·약분업을 앞두고 병원간 경쟁과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 및 종합병원을 제외하고 상당수의 병원이 방만한 진료과목 축소와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시급한 전략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인근의 다른 병원이 갖고 있는 우수한 진료서비스 영역은 포기하고 자신의 병원에서 핵심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병원의 모든 자원을 집중시키는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비록 병원이 다양한 진료영역을 지니고 있어야 환자를 확보하는 데 있어 유리한 점도 있지만 그 반면에 진료량이 적게 되면 단위당 진료비는 당연히 높아지게 됨으로써 비효율성을 유발할 수 있다. 각 진료과목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정과목을 전문화하고 해당 과목에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에 힘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일부 대형병원이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진료체계에 변화를 조금씩 주고 있다. 이제까지 병원은 입원진료에만 참여하고 퇴원 후 진료는 퇴원할 때 의사지시에 따라 외래진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퇴원 후에도 정기적으로 간호사가 집으로 찾아가는 가정간호제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환자가 내원할 때부터 퇴원 후 완쾌 또는 사망할 때까지 모든 과정에 관한 진료 계획을 수립, 입원·외래진료·가정진료를 일괄적으로 연결시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제도가 더 나아가 확대되면 원격영상시스템·원격진단기 등 디지털 의료기기를 통해 환자의 환부·생체신호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진정한 재택의료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는 것이다.
21세기 병원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병원경영은 계량화된 각종 지표·정보분석에 의해 이뤄지고 차별화한 특화병원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또 전문경영인에 의해 병원 경영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의료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입원이 줄어드는 대신 질병예방을 위한 의료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추세여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할 것이다.
또 병원이 문화공간으로 바뀌어 예술행사가 병원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방과 치료는 병원이 환자들에게 차별화 효과를 알리기 어려운 반면, 다양한 이벤트성 행사는 병원의 독특한 이미지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등 홍보효과가 강한 만큼 이러한 홍보활동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뉴밀레니엄시대에는 급격한 변화가 몰아닥쳐 의료계는 커다란 충격과 함께 위기의식이 팽배해질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항상 기회로 이용될 수 있다. 환경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틈새시장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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