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폭락 업종별 현황과 전망

나스닥 폭락의 여파로 국내 증시가 사상 최대로 하락했다. 이날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이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 기자회견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와 코스닥, 그리고 제3시장까지 폭락장세를 연출했다.

정보기술(IT)주들도 거의 전 종목이 급락했다. 한국통신·데이콤·한솔엠닷컴·한통프리텔 등 SK텔레콤을 제외한 대부분의 통신주들이 하한가로 빠졌다. SK텔레콤도 하한가는 아니지만 큰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반도체 분야의 삼성전자도 하한가에 육박했으며 현대전자, 주성엔지니어링, 신성이엔지 등 거의 모든 반도체 및 반도체장비 종목들의 주가가 하한가로 돌아섰다. 이외에도 삼보컴퓨터를 비롯한 컴퓨터·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특히 다음커뮤니케이션·인터파크·한글과컴퓨터 등 인터넷 전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홍성태 굿모닝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세계적인 주가폭락사태에 직면한 국내증시의 하락세는 어쩔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국내 경제는 탄탄한 기조를 갖추고 있어 공황사태와 같은 추가적인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인터넷=이번 나스닥 폭락으로 첨단 IT업종의 대표주자로 인식돼 온 인터넷주의 폭락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어디까지 하락할 것인가에 대한 시각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인터넷 전종목이 하한가로 곤두박질쳤으며 이제 수익성이나 생존 자체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장환 서울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주들이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무기로 고속성장을 해왔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특별한 수익 창출모델이 없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다른 업종에 비해 매출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인터넷기업들의 향배가 크게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언 신한증권 연구원도 『인터넷업종이 큰 폭의 하락을 보였지만 추가 하락을 막아줄 만한 어떤 신호도 나오고 있지 않다. 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실적이 뒷받침되는 타 업종에 비해 위험이 커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컴퓨터 및 주변기기 가운데 현대멀티캡 우선주를 제외하고는 전 종목이 하한가 행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컴퓨터 및 주변기기의 특성상 실적에 기반한 가치주라는 것을 감안하면 가장 먼저 주가가 회복될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 관련종목의 경우 지난해 매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지금까지 발표된 1·4분기 매출을 보더라도 올해는 지난해 증가율을 훨씬 앞설 전망이다. 인터넷주가 성장주인 반면 컴퓨터 및 주변기기 종목은 실적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에 거품 장세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현 주가는 50% 이상 떨어져 낙폭과대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이에 따라 유동성 측면에서 시장상황이 극도로 불안하기는 하지만 컴퓨터 및 주변기기 종목은 증시 회복을 앞장서서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소프트웨어=17일 소프트웨어 관련종목 모두 하한가 기록을 세웠다. 종목마다 차별화 장세를 그렸던 것과 달리 17일에는 동반하락한 것.

소프트웨어 관련종목은 인터넷과 유사하게 상당폭 거품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부 게임산업의 경우 성장성을 인정해야 하지만 거래소의 전통종목에 비하면 버블이 심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17일 주가폭락은 그간 소프트웨어 산업에 내재돼 있던 버블이 제거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체적인 대세하락 국면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관련종목은 실질적인 수익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인터넷과 달리 소프트웨어는 실적이 뒷받침되는데다 성장성이 확실시되는 만큼 지금이 매수시점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매수주문이 나오더라도 곧바로 손절매 주문이 나와 단시간에 주가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통신=한국통신을 비롯한 모든 통신주들이 폭락했다. 그러나 인터넷 등 첨단기술주에 대한 거품론 확산으로 전세계 증시가 폭락장을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과 성장성을 두루 겸비한 통신 관련주는 무너진 국내 증시를 되살릴 대표 주자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통신서비스업체들은 주가가 지난해 고점을 형성한 이후 충분히 조정을 거쳤고 SK텔레콤의 신세기 인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결정과 한솔엠닷컴에 대한 M&A 가시화로 시장 경쟁구도가 분명해지면서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상승 여력이 크다는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LG정보통신, 팬택, 텔슨전자, 스탠더드텔레콤 등 이동통신단말기업체들의 경우는 바닥세 확인후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많으며 위성수신기 업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의 주가반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지난 14일 통신업종 전망보고서를 통해 『대형 통신서비스주들의 주가가 4월을 바닥으로 5월부터 점차 상승할 것』이라며 『통신시장 재편이라는 긍정적인 요인과 오는 7월부터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어 통신서비스 종목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도체=삼성전자 등 거의 모든 반도체 종목이 하한가에 육박하는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반도체 관련 종목은 거품장세와는 무관하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이다. 인터넷 종목과는 달리 반도체소자 업체들은 올해 큰 폭의 매출과 순익이 예상된다. 반도체 경기 순환 곡선상 지난해부터 수요가 늘기 시작했고 이를 반영하는 반도체 현물시세도 3월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자업체의 1·4분기 매출액은 상반기 목표액을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하반기에는 반도체 공급부족이 예상돼 올해 소자업체들의 매출 및 순익은 크게 늘 것이 확실하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 소자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신규라인 증설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1·4분기 매출도 크게 늘었다. 주성엔지니어링·아토·피에스케이테크 등 반도체 전 공정업체들과 공장 설비업체인 신성이엔지, 성도이엔지 등의 1·4분기 매출실적은 이미 지난해 동기 매출액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주식을 상당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나스닥을 비롯한 외국 증시가 악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 등에 투자한 자금을 빼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는 반도체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외국 증시가 산업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국내 반도체 시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증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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