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민간 무선통신 서비스, 무선통신 단말기 국내 양산 및 보급, 보조금제도를 마케팅에 적용해 일부 업무용으로만 사용하던 무선통신을 국민 대중에게 보급.」
이 모두가 무선호출사업자들이 90년대 초반부터 황금기를 거치면서 이루어낸 성과들이다. 무선호출은 지난 82년 한국통신을 거쳐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에 의해 국내 처음 서비스됐으며, 93년 무선호출사업자가 등장하면서 무선통신 시장이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가입자는 급속히 증가해 96년 1270만명에 이르렀고, 97년 12월에는 15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세계 통신시장사에 남을 만한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무선호출사업은 과거 화려한 성장의 날개를 접고 보다 편리하고 저렴해진 이동전화 및 다른 신규서비스에 바통을 넘겨주고 서비스 등장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근 한 업체는 「무선호출사업이 죽어야 회사가 산다」며 사명까지 변경하고 인터넷 전화, 포털사이트 등 다양한 아이템을 통해 인터넷 전문기업으로 변신했으며, 다른 회사들 역시 주업종인 무선호출사업을 포기하고 무선인터넷 및 벤처투자사업 등을 향후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재산인 통신망과 전송시설을 그냥 쓰레기더미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기존 무선호출 인프라를 바탕으로 무선인터넷사업을 준비하거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사이버 증권사, 콘텐츠업체 등 다양한 인터넷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착실하게 신규서비스의 상용화를 준비하는 업체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최근 전국의 무선호출 11개 사업자는 멀티미디어 무선인터넷서비스(MWS) 컨소시엄을 구성, 무선호출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저렴하고 경제적인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무선호출이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초보적 기능에서 탈피,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멀티통신서비스로 거듭나기 위한 연구개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텔레메트리(Telemetry)라고 하는 원격제어에서부터 신용카드조회, 주식거래, 원격검침과 안전, 비상망 운영 등 이동마케팅과 산업관리 분야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서비스의 고도화가 추진되고 있다.
한편 무선호출사업자들은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성장의 발판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다하고 있다. 무선호출사업자들이 하나로통신과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 등이 주도하는 한국 IMT2000컨소시엄에 참여한 것도 위기상황의 반영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비상을 위한 투자라고 본다.
패배감에 젖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향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거센 패러다임의 변화에 쓸려다니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뛰어들어 체질을 변화시키고 역동적으로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것은 무선호출업계의 너나없이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과거 우리 무선호출사업자가 최초의 민간 무선통신사업자로서 무선통신의 대중화와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면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인터넷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국민의 사업자로 거듭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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