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98) 벤처기업

IMF<16>

『그럼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나는 그녀의 욕설을 못 들은 척하고 말했다.

『이런 곳에서 술을 마실 때는 여자이야기 하는 거 아니에요?』

『여자 이야기도 하지만 회사 이야기도 하지.』

『예쁜 여자 하나 불러서 옆에 앉히죠, 뭐. 내가 옆에 가서 사장님 불알을 주물러 줄 수는 없으니까.』

『괜찮소. 문 과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오.』

『나도 여자로 보입니까? 먹음직하게 보여요?』

술이 취하자 여자는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말을 거침없이 뱉았다.

『문 과장, 취한 모양인데 그만 일어날까?』

『이 정도로 취해요? 어림없어요.』

직원들이 그녀를 문지랄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만하였다. 그녀의 이름이 지랑이어서 그런 점도 있지만 술이 약간 오르면 거침없이 지껄였던 것이다. 그녀와 계속 술자리를 유지하다가는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서 적당한 기회에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나의 옆에 와서 앉았다. 나는 겁이 나서 옆으로 떨어져 앉았다.

『여기서 우리는 사장과 과장의 위치가 아니고, 좆 같은 한 사내하고 여우 같은 한 가시내의 입장이야. 그렇지 않아요?』

나는 아무 대꾸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대꾸를 해주면 더욱 기고만장 할 것 같아 나는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침묵했다. 그러나 그녀는 혀 꼬부라진 어투로 말을 이었다.

『이제 고백하지만 난 회사를 다니는 동안 줄곧 당신을 짝사랑했어. 그건 몰랐지요?』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말이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혹시 감원에서 제외되기 위해 매달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녀의 성격으로는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아니면 나를 유혹하는 것일까.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죄가 아니죠. 그렇지 않아요?』

『마음에 없는 말은 그만둬요. 당신의 애인인 그 유전공학 교수가 들으면 섭섭하게 생각하겠수다.』

『유전공학 교수? 병신…. 최 사장, 나 먹고 싶지 않아? 먹고 싶다면 여기서라도 옷을 모두 벗을게.』

그녀는 앞가슴 단추를 풀었다. 그녀의 젖가슴이 드러나면서 전등에 비쳐 하얗게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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