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사들이 방송법에서 규정한 국산 애니메이션 의무 편성 비율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현행 방송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 시간 가운데 30∼50%를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의무 편성토록 하고 있으며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 지상파 방송사를 제외한 방송사업자들은 40∼60% 범위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을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특정 국가 애니메이션 편성비율도 60% 이내에서 방송위원회가 별도 고시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이같은 방송법 및 시행령 규정에 의거해 조만간 지상파 방송 등 방송사업자들의 국산 애니메이션 비율을 확정, 고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산 애니메이션 의무 편성 조항에도 불구하고 워낙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 편수가 부족해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시된다.
국산 애니메이션 의무 편성 규정은 원래 문화부가 지난 98년부터 시행해왔으나 국산 애니메이션의 부족으로 이 기준을 제대로 지키는 방송사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지난해 국내 방송사들의 국산 애니메이션 편성 비율을 보면 KBS가 전체 주간 애니메이션 편성 시간 410분 중 110분(26.8%)을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편성했으며 MBC는 전체 주간 편성 시간 210분 중 60분(28.6%)을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편성했다. SBS도 전체 370분 중 60분(16.2%)을 국산 프로그램으로 편성, 의무 편성 비율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이같은 사정은 케이블TV도 마찬가지다.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인 투니버스의 경우 전체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가운데 70% 이상이 해외물이며 53% 정도가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투니버스의 한 관계자는 『전체 애니메이션 가운데 국내 애니메이션이 15% 정도에 불과한 데 아무리 순환 편성과 재방송을 하더라도 30% 이상 국산 작품을 편성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그간 제시해 온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 비율을 지상파 방송사가 제대로 준수하기 위해선 올해 688편(30분물 기준) 이상이 제작돼야 하며 내년에는 858편 이상이 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30분물 시리즈물만을 고정 관념으로 반복 기획하기보다는 3∼5분 가량의 브리지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해 방영효율을 높이는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애니메이션 소개 및 애니메이션 관련 정보 다큐 프로그램도 국산 애니메이션 비율에 포함시키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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