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배의 프리미엄을 주면서 투자하는 것은 벤처투자가 아닙니다. 벤처캐피털이라면 아무도 가려내지 못한 옥석을 찾아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시티은행과 서울창투 등을 거쳐 지난해 밸류라인벤처를 창업, 벤처캐피털업체 사장으로 변신한 권상훈 사장(38)은 일부 창투사가 본연의 임무를 버리고 코스닥 등의 활황에 힘입어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권 사장이 그리는 벤처투자는 말 그대로 진정한 벤처기업의 발굴·육성에 있다.
실제로 밸류라인벤처가 투자한 기업 중 1년안에 코스닥에 등록하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 권 사장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밸류라인은 지난해 9월 창업한 이후 7개 기업에 40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중 2개는 밸류라인의 투자로 회사가 설립된 경우다. 다른 창투사들이 단기간안에 100억∼200억원을 쉽게 투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금 코스닥에서 벤처신화를 이루며 승승장구하는 벤처기업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 기업보다 더 우수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이 아직까지 발굴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무궁무진한 보물이 매장된 셈이죠.』
진정한 벤처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권 사장의 지론이다. 코스닥에서 승승장구하는 벤처기업들 중 일부는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하다며 국내 최강일지 모르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은 없다는 것이 권 사장의 평가다.
「우리도 할 수 있다」보다는 「세계서 우리만 할 수 있다」는 기업만이 앞으로의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권 사장은 투자기업의 세계화를 위해 미국·일본·홍콩 등에 연이어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는 등 우수한 벤처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밸류라인이 투자한 기업은 세계에서 유일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 많습니다. 몇개의 국내특허를 보유하고 이를 자랑하는 기업은 이미 경쟁력이 없습니다. 진짜 우수한 기술을 가진 기업은 노출을 꺼려합니다.』
권 사장은 『바이오텍 분야가 아직은 수면위로 부상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가장 유망한 벤처비즈니스로 주목받을 것』이라며 『숨겨진 유망 벤처를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데 밸류라인벤처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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