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96) 벤처기업

IMF<14>

문 과장이 새침한 표정으로 들어와서 나의 앞에 섰다.

『홍보실을 없앤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사장님?』

『그렇소. 구조조정의 차원에서 당분간 부서를 없애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소.』

『그럼 홍보실에 있는 저를 비롯한 직원 세 명은 어떻게 되나요?』

내가 대답을 못하자 그녀는 눈꼬리를 올리면서 물었다.

『퇴출인가요?』

『그럴 수밖에 없소.』

여자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떠도는 말이 사실이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좋아요. 떠나죠 뭐. 그런데 마지막으로 소원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어요?』

『들어 줄 수 있는 일이면….』

『오늘 저녁 약속이 있나요?』

『없어요.』

『그럼 오늘 저녁 저하고 술 한 잔 해요. 가능하죠?』

뜻밖의 제의에 나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소원이라고 하면서 청하는데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러자 그녀의 입가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가 감돌면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의 입 모양은 마치 세상을 비웃는 듯이 비틀어지는 것이었는데, 세상을 깔보는 듯한 눈초리와 함께 그녀의 입술 움직임은 항상 도전적이었다. 그녀의 긴 목과 하얀 치아, 오똑한 콧날과 커다란 눈, 그리고 삼십대 중반이면서도 탄력이 있는 몸매가 한껏 돋보였다.

그 동안 나는 그녀를 여자로 보기보다도 동료로만 바라보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 한 명의 여자로 보였고 그렇게 되자 풍만하면서 농익은 자태가 새삼스러웠다.

나는 문 과장과 함께 일식 집에서 식사를 하고 조금 떨어져 있는 현 마담의 룸 살롱으로 갔다. 커다란 방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사장님이 단골로 오는 술집인가 보군요? 손님접대는 항상 이곳에서 하나요?』

『주로 그런 편이지. 그건 그런데, 이번 일은 정말 유감이오. 문 과장과도 오년이란 세월을 함께 지내다 보니 정이 들었는데 이렇게 헤어지게 되어서 말이오. 일이년 후에 다시 홍보실을 부활시키면 그때 다시 와서 일해 주시오. 좀 쉬었다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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