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남북경협의 접근방법

(주)아이엠알아이 유완영 회장

남한과 북한의 경제구조는 상당부분 상호 보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선 언어·문화적 습관 등의 민족적 동질성은 산업의 이전 및 경제통합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인 비용 및 문제를 많은 부분 해소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 60년대 이후 남북 경제성장 격차에 의해 북한의 경제력은 거의 붕괴상태이나 노동력의 질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천연 부존자원을 이용하기 위한 남한의 기술과 자본이 투입된다면 남한의 산업은 막강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으며 북한 자체의 산업 또한 병행 발전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또 유휴설비 및 사양산업의 대북 이전방안은 통일 이전부터 남한 핵심산업의 이전을 통해 통일 이후 필연적으로 투입돼야 할 비용의 측면에서 통일 직후의 경제·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북한의 산업활성화와 경제적 동질성을 사전에 준비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즉 유휴설비의 이전을 통해 남북 산업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으며 통일 이전부터 북한에 기초산업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통일 이전에 북한에 투자의 길을 열고 북한의 소득수준을 높이는 일은 남북 긴장완화에도 역시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경협정책은 정치성만을 내세워 추상적이며 중후장대한 사업을 내세우기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남북경제 교류협력의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눈에 띄지 않게 점진적·단계적으로 접근해가는 방식이 모든 사안에 대해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실질적인 남북경협 성과를 이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협 참여업체의 양적 증가에 따라 대북사업 전반의 질적인 향상이 도모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를 관리하고 접촉하는 북한측과의 라인도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돼, 다각적인 측면에서 남북경협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정상회담은 분단 이후 남북 최대의 이슈라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 및 국제관계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또한 남북의 정상이 만난다는 차원에서 우리 민족의 통일, 국제사회에서 양국의 위상, 경제협력에 관한 폭넓은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남북정상이 회담을 개최한다고 해서 위와 같은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단번에 이루어진다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단 향후 이러한 방향으로의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대화의 물꼬를 튼다는 데 이번 정상회담의 기본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남한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여러 생산조건에서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북한진출 행보가 빨라질 것이다. 실질적으로 수년 전부터 중소기업들은 적절한 생산조건을 찾아 중국·동남아 등지로 이전을 시도해 왔으나 그 결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경험에 미루어볼 때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간 경제협력이 심화되고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만 개선된다고 한다면(특히 물류·왕래조건 등) 대북사업의 수익성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다.

북한에서의 생산에 있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건비 조건에서뿐만 아니라 북한 기술자·근로자들의 기술력을 활용한다면 국제경쟁에서 충분히 우위를 점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북한진출의 또다른 이점은 언어와 정서가 같은 지역이므로 설비와 기술을 이전해 타 국가에서 생산하는 것과는 달리 최단시간내에 생산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간 교류가 정상화되고 양국 정부의 양해와 지원하에서 사업을 추진한다면 좀더 내실있는 경협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 현 정부가 추진해온 남북 경제협력 및 지원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한번 확인해야 한다. 통일의 원칙 등 양국의 체제와 관련해 일시에 해결할 수 없는 분야에 귀중한 만남의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이미 상당부분 진행돼 왔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든 필연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토출해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유완영 아이엠알아이 회장(38)은 지난 94년 이후 모두 10여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지난 98년 10월 국내 전자업계 처음으로 북한의 삼천리총회사와 합자형태로 평양에서 컴퓨터 모니터용 PCB 임가공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평양 근교 소재 모니터용 PCB 위탁가공 공장에서 모니터 완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한편, 북한측과 공동으로 음성작동 모니터를 개발중이다. 유 회장은 지난 94년부터 미국에서 국제경영연구원을 설립하고 대북경협 컨설팅을 했으며 지난해부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남북경협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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