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그동안 임가공 등 단순교역에 그치던 경제협력의 급진전을 의미한다. 또 북한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전진기지였던 중국과 베트남을 제치고 전면에 등장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도 이번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기는 마찬가지다.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정보화 경쟁에서 밀려나 있는 북한으로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세계 산업흐름에 동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측에 정보화 인프라에 대한 경협을 적극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북이 대치하는 특수상황에서 무턱대고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조목조목 따져본 후 대응해야 한다. 특히 투자보장협정과 이중과세방지협정 등 교역을 할 수 있는 제반 전제조건부터 합의한 후 교역에 나서야 할 것이다.
오영교 산업자원부 차관이 『교역활성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제반 교역여건이 마련돼야 하며 그간 교역의 걸림돌로 간주돼왔던 투자보장협정과 이중과세방지협정 등이 보다 확실한 틀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 차관은 제도적 합의가 이뤄지면 이미 교역에 나서는 업체는 물론이고 중소 벤처기업 등이 새롭게 남북교역에 나서는 등 상호 보완적인 인적·물적 투자 및 교역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미국 등과 접촉해온 북한은 경제지원을 일시에 해줄 수 있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번 정상회담으로 경제협력의 제약요건만 해결된다면 북한과의 교역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전자·정보통신산업의 교역이 가장 큰 수혜분야 중의 하나로 단순 임가공 수준에서 벗어나 자본과 기술까지 협력하는 시대가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롭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간 교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89년부터다.
남북교역 첫해의 교역실적은 1872만달러였다. 하지만 북한산 토산품 반입이 주류를 이뤘을 뿐 우리측의 반출실적은 거의 없었다.
91년에 교역실적이 1억달러를 넘어서고 95년 2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으나 당초 기대와 달리 교역증가의 속도는 더딘 편이었다.
지난해 남북간 교역실적은 반입 1억2160만달러, 반출 2억1183억달러로 총 3억3344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협력사업으로 총 16건이 승인됐다. 대표적 협력사업으로는 대우의 남포공단내 삼천리총회사와의 합영사업건과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 등이 있다.
지금까지의 남북교역에서 우리 업체들은 경공업품 설비와 원자재를 반출, 현지 임가공을 통해 재반입하거나 3국으로 수출하는 데 치중해 왔으며 북한측은 농·임산물과 토산품 반출 위주로 사업에 임해왔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절실히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자·정보통신산업의 남북경협문제는 미국과 사전 조율을 해야 할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
상당부분 완화되고는 있지만 미국의 대북경제 제재조치가 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수산업과 곧바로 연계되는 전자·정보통신분야 경협은 미국과의 사전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TV와 전자부품 임가공분야의 확대와 북한 주민의 생산교육 등은 별 어려움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또 북한에서 요청할 것으로 보이는 통신시설 현대화와 정보인프라, 기술과 자본투자 등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시기와 절차 등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여 IT분야 교류확대를 포함해 남북경협이 급류를 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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