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좀 구해줘.』
용산 나진상가 19동에서 PC조립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덕훈 사장은 요즘 『주위에 좋은 사람없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사장은 매장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서 뛰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매장인력이 부족해 거의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세다. 경기가 풀려 장사가 잘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인력을 강화하려해도 종업원 구하기가 별 따기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 열기로 PC경기가 좋아지면서 주요 전자상가에서는 PC조립업체 창업 붐이 일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 업체의 종업원이었던 사람이 사장이 되고 사장이 되면서 종업원을 한두명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PC조립 인력을 중심으로 확보 경쟁이 과거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가전매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검증된 유능한 인력, 즉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특성을 잘 설명하고 자사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종업원의 몸값은 상종가를 치고 있다. 전자상가에서는 이들의 활동 여하에 따라 매출이 30%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터미널전자쇼핑의 엘리베이터 입구와 에스컬레이터 주변의 게시판에는 「사원 구함」이라는 알림쪽지가 항상 6∼7건 붙어 있다. 고졸 이상의 학력에 1년 이상 경험자를 구한다는 내용이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같은 내용의 모집공고가 붙어 있고 새로운 모집공고도 추가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전자상가내 유통업체들의 인력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케 한다.
터미널전자쇼핑뿐 아니라 나진상가·선인상가 등에도 여러 건의 직원 모집공고가 게시판을 메우고 있다.
용산 전자상가의 매장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은 대다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젊은이들이다. 서른살만 돼도 이 업계에서는 이른바 「노땅」 취급을 받는다. 20대에 용산에 발을 들여놓고 30대가 되면 자기 사업을 하겠다고 분가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특히 창업바람이 한창인 요즘 들어 이직률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경력자들이 창업을 위해 상가를 박차고 나가는가 하면 동종 업체끼리 유능한 영업사원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장주들을 중심으로 「사람 빼가기」를 자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업원이 더 좋은 조건을 제의받아 이직하는 것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지만 「취직 후 일정기간은 옮길 수 없다」라든가 「이직시 새로운 종업원을 구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등의 원칙을 세워 종업원들에게 이를 지키도록 권고하는 한편 매장주들끼리는 이를 어긴 종업원은 신규 채용하지 않는다는 원칙 등을 확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직이 크게 늘고 있는데 선인상가에서 나진상가, 테크노마트에서 국제전자센터 등과 같은 상가간 이동이 대부분이지만 같은 상가 건물안에서 이직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유능한 인재들을 길거리로 몰아야 했던 전자상가. 그러나 2000년을 맞은 전자상가는 인재 확보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전자상가 어디에서도 IMF의 그림자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유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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