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뉴트렌드> 아리랑TV 황규환 사장

『글로벌 네트워크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리랑TV가 구축할 글로벌 네트워크는 앞으로 한국의 문화 예술은 물론 산업·경제·기술을 각국에 소개하는 실크로드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방영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 위성방송에 이어 오는 9월부터 유럽·미주 지역을 대상으로 2차 해외 위성방송을 실시할 예정인 아리랑TV의 황규환 사장(60)은 요즘 한껏 고무돼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해외 위성방송에 대해 주변에서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이같은 업계의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키고 무사히 2차 궤도 진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방송을 시작한 아시아권 위성 방송은 최근 대만·중국·호주 등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한국 상품이 수출로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의 광고게재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아리랑TV가 케이블 프로그램 공급업자(PP)로서의 위치에서 탈피해 당초 설립 목표였던 해외 위성방송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방송계 관계자들은 황 사장의 현장 감각과 공격적인 경영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IMF가 한창이던 지난 98년 5월 아리랑TV 사장에 부임한 황 사장은 이후 아리랑TV의 정체성 찾기에 주력했다.

황 사장은 『아리랑TV가 비록 국가의 지원금을 받는 공공 방송이긴 하지만 시청자가 외면하지 않는 경쟁력 있는 매체가 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시청층이 즐길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하며 특히 우리의 문화와 산업, 경제가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황 사장은 딱딱한 홍보성 프로그램보다는 「재미」와 「교육」을 적합하게 조화시킨 프로그램 위주로 편성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한다.

사내에서 황 사장은 「왕 PD」로 통한다. 경영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기획 및 편성에 직접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Happy Station」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국가 홍보 또는 계도성 소재에서 탈피해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을 알고 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동자 노래자랑, 고향에 보내는 영상메시지, 다양한 경품행사 등의 코너로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은 그를 권위를 내세우는 경영자라기보다는 현장에서 같이 뛰는 선배같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황 사장이 물렁한(?) 경영자는 아니다. 그가 아리랑TV로 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조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 결재단계를 줄이고 기동성을 갖추기 위해 일반 기업처럼 팀제로 바꿨다. 현업 부서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했고 상벌 규정을 명확히 했다.

지난해 1차 위성방송 송출에 성공한 뒤 많은 직원들이 파격적인 승진의 기쁨을 누린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아리랑TV 전직원들은 요즘 스스로 일거리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2차 해외방송을 선두에서 준비하고 있는 세계방송추진기획단원들을 비롯, 해외에 국산 프로그램을 대행 수출하는 영상물수출지원팀 등 모두가 한국인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해외 위성방송을 시작한 이후로는 이름조차 낯선 오지 국가에서도 프로그램과 관련한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우리의 영상물을 구입하겠다는 주문도 밀리고 있다.

이처럼 아리랑TV는 경영자와 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돼 당초 설립 목표였던 세계 방송의 꿈을 개국 4년만에 일궈냈다. 더욱이 올해는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 힘입어 광고 수익도 최소 50억원, 최대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사장은 『해외 위성방송의 글로벌화를 완성하고 확보된 채널을 통해 질높은 프로그램을 공급하여 전세계에 한국, 한국인, 한국 상품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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