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용 논설위원 jypark@etnews.co.kr
1848년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이민자 마을 노이-헬베티엔에서 한 목수의 삽질에 황금알갱이가 발견된다. 이 삽질이 이민자 마을을 황금향 엘도라도로 바꿔 놓았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골드러시가 시작됐으며 이 때문에 버려진 땅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의 서부지역이 개척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들은 황금을 좇아 서부로 향하는 개척자들의 모습으로 비유되곤 한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땅에 발만 디디면 일확천금할 수 있는 기회와 곧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터넷 세상을 엘도라도라는 허상과 비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노이-헬베티엔의 주인은 요한 아우구스트 수터라는 이민자였다. 그는 황금이 아니라 농장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 정착했다. 황금은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러나 황금을 좇던 이들도 부자가 됐다거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기록이 없다. 골드러시로 이곳에 정착한 이주민들, 특히 황금보다 땅을 얻기 위해 이곳으로 달려온 이들이 결국 이 땅의 주인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인터넷 세상이 엘도라도와 비교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는 이들이 모두 황금을 좇는 이들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물론 많은 이들이 단편적인 아이디어로 황금 고르기에 나서고 있지만 돈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을 만들고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더욱 많다.
보편적으로 거품이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거품 경제로 IMF관리체제라는 국가부도 상황을 겪은 우리 국민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지금의 인터넷 세상에 넘쳐나고 있는 거품은 다소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한다. 황금이라는 거품이 서부 개척의 원동력이 됐다는 시각에서 인터넷 거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양산되고 인재들이 모여들면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서 우리가 가질 경쟁력도 그만큼 향상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인터넷시대가 하나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인위적인 거품 제거 노력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거품제거는 곧 규제가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자금보다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우선돼야 하는 시대적 변화를 거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거품은 사회가 가진 자정 능력에 맡겨야 한다.
경제활동에 대한 자정 능력은 정치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최근 시민단체의 등장이 정치에 대한 자정 능력의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나오기까지 반세기 이상을 허비했다. 이같은 시간이 경제활동에도 적용된다면 우리에게 별 희망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돈이 걸려 있고 투자자들의 이익이 걸려 있는 경제활동의 자정능력은 좀더 직접적이고 빠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의 거품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터넷과 이로 인한 벤처열풍에 돈과 사람이 휩쓸려 다니는 현상은 과도기적인 현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에 몰려든 투기성 돈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밖에 없고 거품도 저절로 걷히게 된다. 지금 만연돼 있는 한탕주의는 실패한 자의 돈을 성공한 자가 가져가는 몰아주기에 불과하다. 기업내용보다 돈을 몇 배로 튀길 수 있겠는가로 혼탁해 졌던 흙탕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맑아지게 된다. 자금 흐름이 판단력을 회복할 때 쯤이면 가능성 있는 기업들도 자리를 잡고 돈을 좇아 옮겨다니던 사람들도 한 곳에 정착하게 될 것이다.
골드러시로 시작된 서부 개척이 미국 부의 기반이 됐듯이 인터넷과 이를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들은 우리의 미래를 상당 부분 담보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지금은 거품을 걱정하기보다는 인터넷 기업들이 더욱 자유롭게 활동하고 풍족하게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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