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명의 연장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아래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새천년들어 의료생체공학 연구에 한창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생체공학의 개념부터 생소한 상황이다. 따라서 미래 첨단과학기술을 대표할 생체의료공학분야는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와 기업이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할 분야다. 총 4차례에 걸쳐 세계 최고권위의 대학 및 연구소의 현지취재를 통해 우리의 대응방안을 알아본다. 편집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스」는 지난해 3월 특집기사에서 「21세기는 이제까지 발전된 정보통신 기술과 생명과학이 융합된 기술이 산업사회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지금까지 산업사회를 이끌어온 정보통신이나 기계·소재산업 등 개별산업보다는 시스템화된 기술이 새천년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할 것으로 지적했다.
불의 발견으로 시작된 인간의 과학기술 역사, 특히 공학의 역사는 역사의 흐름상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인간의 첫 번째 공학 기술은 나폴레옹 시대부터 발전해온 토목공학. 뒤어어 기계공학·전자공학이 출현하면서 새로운 문명이 창조되기 시작했다. 이들을 지탱해주는 기초과학은 수학과 물리학이었다. 1차 대전 후 독일의 주도로 화학이 발전됐고 수학과 물리학에 화학이 기초과학으로 뒷받침되는 화학공학은 미국의 주도로 많은 발전을 하게 됐다. 그런가 하면 물리·화학·수학 등의 뒷받침으로 전자공학이 탄생하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생체공학은 이제까지의 공학 기술의 밑받침이 돼온 수학·물리학·화학에 생물학이 기본과학으로 도입돼 제5세대 공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생체공학은 「생명체에 관한 이해가 요구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학의 원리와 기본 지식의 응용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생체공학은 생물공정학과 생체의료공학으로 크게 분류된다.
생물공정학은 인체를 직접 대상으로 하지는 않지만 생명체와 관련된 모든 기술을 포함한다. 여기에는 비교적 오랫동안 연구돼온 발효공정·배양을 비롯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유전자 조작, 단백질 공정, 생화학물질 합성 등의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생체의료공학은 사람과 직접 관련된 생체공학 기술로서 생리학·조직공학·인공장기·생체재료, X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과 같은 인체이미징·인체신호감지 등의 기술이 포함된다. 따라서 생체의료공학의 목표는 생물공정학에서 개발된 제품이나 기술을 이용하고 기존의 과학기술을 융합해 인류의 건강·복지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개발에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당뇨병 환자는 매일 알코올로 닦은 자신의 피부에서 소량의 혈액을 채취해 혈당을 재고 또 인슐린을 주사해야 하지만 언젠가는 혈당을 모니터해 적당량의 인슐린을 분비할 수 있는 인공 췌장(Pancreas)이 인체에 이식돼 이러한 불편을 없앨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혈당을 감지하는 센서와 인슐린을 공급하기 위한 초소형 인슐린 펌프, 또 인체에 거부반응이 없는 이식용 신소재 등의 기술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생체의료공학은 이렇듯 다양한 첨단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기술복합체로 비교적 짧은 역사와 이제까지의 낮은 인지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그 개념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생체의료공학은 정보통신 및 과학 기술의 발달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생체의료공학, 특히 정보통신 기술과 관련된 생체의료공학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컴퓨터 및 정보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의료정보 기술이 발전되면서 질병진단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의료정보 기술은 환자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시작해 질병의 위치와 진행정도를 정확히 찾아내기 위한 3차원 의료영상 합성, 의사의 진단을 객관화·정량화하기 위한 컴퓨터 도움진단 기술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고부가가치 기술을 포함한다.
최근에는 DNA 칩이나 단백질 칩에서 얻은 이미지의 패턴 분석 등의 신호처리 기술을 통해 여러 가지의 질병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의료정보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반도체 공정 기술의 도입은 초소형 바이오 단백질 칩을 가능하게 한다. 손톱 크기의 칩 위에 항체·효소 등의 어레이를 입히고 어레이 각각을 통제할 수 있는 전극(Electrode), 가열기(Heater) 등을 부착해 피 한 방울로 수백 가지의 진단이 가능한 기술이 수년 내에 개발될 것이다. 단백질 칩과 같은 원리로서 DNA 칩도 개발돼 유전자 이상에 따른 모든 질병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단백질 칩, DNA 칩 기술은 반도체 공정 기술이 그 근본이 된다.
이제까지 급속히 발전된 광통신 기술은 광학 기술과 더불어 어떠한 정보통신 기술보다도 많은 이용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현재 진단기기로서 쓰이고 있는 X레이·CT 등의 진단기기는 단파장 X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체에의 유해성이 항상 의문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X선보다는 길지만 적외선보다는 짧은 근적외선 파장대(600∼2000나노미터)의 빛을 진단에 이용하는 연구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근적외선은 X선에 비해서 파장이 길기 때문에 피부 속으로 깊이 침투되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근적외선 영상은 CT나 X레이 등과는 달리 단순히 질병 형태나 질병부위 인식의 범위를 지나서 질병의 진행 상태까지도 알려줄 수 있는 대사(Metabolism)의 영상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근적외선 영상은 암으로 판단되는 질병 부위가 악성인지 아닌지 알려주는 정보를 제공한다. 그 중 유방암이나 피부암을 진단하기 위해 개발된 광영상이미징시스템은 저렴한 가격과 휴대성, 환자에게 언제나 손쉽게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의 단계를 거치고 나면 곧바로 실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근적외선 광영상뿐 아니라 광센서 또한 생물광학에 있어서 중요한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광통신에 쓰이고 있는 광파이버는 생체 광센서로 이용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광파이버의 가장 큰 특성은 사용의 편리성에 있다.
임상병리학에서 이제까지 쓰이고 있는 색층분석(色層分析·Chromatography)나 방사선 동위원소 면역분석(Radio Immunoassay)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며 일반인이 사용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반면 소형화된 파이버형 생체 광센서는 일반인도 거의 실시간적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어 자가진단기기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그런가 하면 파이버형 광센서와 같은 센싱 원리를 지닌 광도파로(Waveguide)형태의 생체 광센서도 감도가 뛰어난 장점으로 인해 많은 연구가 진행중이다.
광파이버나 광도파로 위에 여러 가지의 항체·효소 등을 표면처리해 여러 질병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게 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기존의 전기적 센서에 비해 광센서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전기적 간섭이 없다는 점이다. 한 예로서 상용화된 DNA 칩의 경우 최근에는 DNA 결합의 정도를 형광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광센서들은 아직 상용화된 제품을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매우 큰 가능성을 지닌 분야다.
정보처리 기술, 반도체 기술, 광학 기술 등의 생체에의 응용은 각각의 경우로 적용돼 매우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하나의 원칙에 입각해 연구에 돌입해야 한다.
즉 응용생체공학은 시스템공학으로 연구의 초기부터 제품의 최적화를 위해서 전체의 질적 매니지먼트(TQM:Total Quality Management)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매니지머트 방법은 일본의 자동차산업에 적용돼 현재 세계 최고의 일본 자동차산업을 이루어냈다. 미국 등 선진연구팀은 제품을 개발하는 엔지니어 기술의 가능성과 고객의 요구를 연구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반영하고 제품 개발 후 발생될 수 있는 법적인 문제나 경영문제 등을 위해 연구개발 시작 단계부터 TQM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생체 관련 연구개발에서는 그 연구의 특성상 반드시 고려돼야 할 요소다.
예를 들면 대체로 생체물질의 경우 한 제품의 상품화를 위해 임상실험 등의 비용으로 약 5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연구비가 소요되고 있다. 때문에 고가로 제품이 개발되고 난 후 시장성의 문제와 의약품 허가 등의 법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개발의 초기부터 이러한 문제들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TQM에는 기술들간 상호협조적인 역할도 포함된다.
이는 모든 문제와 요구들이 반영됐을 때 비로소 경쟁력 있는 첨단 제품의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체의료공학은 50년 전만 해도 생각하기 어려운 기술 분야였지만 이제는 고부가가치의 첨단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인간의 복지·건강에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생체의료공학의 발전은 획기적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 우위에 있는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연구개발 주제를 중점 육성해야 할 때다.
<볼티모어(메릴랜드주)=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박선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천기술연구부 박사 shp@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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