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가격에 제대로 된 품질의 정수기를 사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최근 TV와 일간지를 통해 「역삼투압 방식 정수기는 산성수를 만든다」는 내용의 비교광고를 대대적으로 벌이며 정수기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코오롱 안병후 이사는 「정수기에 대한 소비자 권리」라는 말로 운을 띄웠다.
어쩌면 정수기 부문 마케팅 담당자의 의례적인 발언처럼 들리는 이 말속엔 다중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국내 정수기의 가격과 품질에 대한 강한 문제제기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을 수년째 이끌고 있는 정수기 시장의 투톱 W사·C사에 대한 강한 도전의사까지 은근히 내비치고 있는 것.
그는 선발업체들의 정수기에 대해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주요 업체들이 사용하는 역삼투압 방식 필터는 물속의 미네랄까지 남김없이 걸러내 물을 산성화할 수 있고 필터가 지나치게 미세해 순간 정수량이 적은 까닭에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와 물탱크를 채택할 수밖에 없어 제조단가가 높아지며 탱크의 오염과 물 소비량 급증 등 낭비적 요소도 많습니다. 더구나 국내 정수기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두 업체가 방문판매로 소비자들의 가격부담을 높이고 있고 결정적으로 국내 수질에 대한 불신감까지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생각에 기반해 코오롱은 사업 초기부터 정수장에서 오염물질 소독을 위해 사용한 염소와 노후한 수도관 아파트 정수탱크 등에서 녹아든 중금속 등은 걸러내되 몸에 좋은 미네랄은 보존할 수 있도록 자체개발한 필터를 채택한 정수기를 선보였다. 특히 모양을 박스형이 아닌 수도꼭지형으로 설계해 설치를 간편하게 하고 제품가격도 10만원대로 책정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정수기는 박스형에 고가의 제품이 좋다」는 인식이 심어져 있는 데다 가정내 수도꼭지 모양이 천차만별이어서 4년 동안 누적판매량이 30만여대에 그치자 올해부터 사업방향을 180도 전환, 데스크톱형 정수기로 기존 업체와 정면대결을 벌이기로 했다.
『사업방향 선회와 함께 정수기 사업부문 예산을 지난해의 4배인 200억원으로 책정하고 매체광고에도 100억원을 쏟아부을 작정입니다. 제품 가격도 기존 제품의 절반 가격인 79만원으로 정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하이디라는 정수기 판매전문요원 200여명을 각 지점에 배치해 소비자 접점도 늘릴 계획입니다. 예산도 넉넉히 확보했고 가격경쟁력도 갖춘 데다 유통지원 계획까지 마쳤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그러나 코오롱의 이같은 대대적 광고공세와 정수기 선발업체들에 대한 정면대결은 자칫 대기업의 지나친 사업확장으로 비쳐질 위험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안 이사는 해외사례를 들며 강력하게 반박했다.
『물은 공기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핵심요소입니다. 대기업이 이렇게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발을 담그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입니다. 일본에서 정수기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업체도 도레이라는 대기업입니다. 대기업이 나서서 국내 정수기 시장의 낙후되고 불투명한 유통구조를 선진적으로 이끌고 저가대중화를 이끄는 것은 정수기 업계에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코오롱이 정수기 시장의 가격거품 제거에 얼마나 일조할 수 있을지, 시장 판도에 얼마나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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