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영 특집>디지털로 세계일류 달린다

사회와 산업구조가 과거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급속히 변해 가면서 시간과 공간의 벽이 허물어지는 디지털 혁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생활전자 업체들은 제3의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정보화·디지털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거의 구태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각오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경제 전문가들은 과거의 사회·경제적 변화가 한 단계씩 순차적으로 일어났다면 디지털시대의 변화는 몇 단계를 뛰어넘어 순식간에 전체로 퍼져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대기업들은 이같은 디지털시대를 「새로운 기회의 시대」로 보고 이번 기회에 후진국, 개발도상국이라는 2류 딱지를 떼고 세계 1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아날로그시대에는 일본이나 유럽, 미국업체에 뒤져 있었지만 디지털시대에는 디지털TV, PDP TV, LCD 모니터 등 세계 1위의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제품으로 선두를 차지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외국 가전업체들도 세계 일류업체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디지털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네덜란드 필립스는 올해 초 핵심사업인 가정용 전자기기 부문을 5개 그룹으로 분할했다. 이는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함으로써 인터넷에 의한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콤팩트디스크(CD)를 발명해 오디오와 비디오 산업분야에 큰 획을 그으며 가전기술의 혁신을 주도했던 필립스의 전세계 현지법인은 지난해 일제히 21세기 디지털리더십을 선언했다. 필립스는 일선 실무자들에게 권한을 최대한 부여하기로 유명하다. 의사결정단계 축소와 이를 통한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 소니사도 디지털 경영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소니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일본기업 가운데 가장 진취적인 성향을 지닌 업체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지난 수년간 과감한 조직 개편을 단행해 디지털 경영의 필수항목인 속도경영과 신속한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해 놓고 있다. 문어발식으로 덩치를 불리기보다는 자신있는 부문만을 집중 공략해 그 핵심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것이 소니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실제로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세계시장에서 미디어업계 선두주자로 올라서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일본의 가전업계로는 처음으로 가전제품의 인터넷쇼핑몰 판매를 선언했으며 지난 2월에는 세븐일레븐 등과 제휴해 「만져보고 사는 전자상거래」를 시작했다.

이에 맞서는 국내 업체들도 디지털 경영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있다. 40여년 전 국내 가전산업을 태동시킨 LG전자는 지난해 7월 전자업체로는 가장 먼저 「디지털 선포식」을 갖고 디지털 리더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으며 곧이어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도 「디지털 비전」과 「종합 가전 멀티미디어 비전」을 선포하는 등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 가전업체와 소형가전 업체들도 디지털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과 e비즈니스 도입 등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 기업의 미래를 걸고 있다. 생활전자 업체들의 디지털 기업 선언은 경영 마인드와 조직구조, 제품 개발, 유통 등 전 사업 분야를 디지털시대에 맞도록 바꿔 나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자업체들이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디지털시대 마인드로 재무장하기 위해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시대란 무엇이며 디지털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변해 나가야 하는가를 중점 교육시키고 있다. 이같은 교육은 회사 내 임직원에 그치지 않고 유통 대리점 사장들로 확산되고 있다. 조직원 전체를 디지털 마인드로 재무장시키기 위해서는 말초신경이라 할 수 있는 대리점 조직까지 모두 디지털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올해 초 승진한 임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합숙 교육을 실시하면서 임원 개개인의 인터넷 실력을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두뇌 역할을 하는 임원들이 디지털 마인드로 바뀌지 않고는 말단 직원까지 디지털 마인드로 바꿀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도 디지털시대의 영업을 위해 대리점 사장과 영업부장 및 국내판매사업본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유통사관학교」라는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내용은 디지털 영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디지털 제품 사용법, N세대 문화 체험 등 철저한 현장학습 위주로 구성돼 있다.

또 디지털 혁명은 수직적 업무형태를 수평적·네트워크형 업무형태로 바꿔가고 있다. 대기업들은 내부 보고서, 결재서류 등을 e메일로 처리하는 차원에서 한 단계 발전해 협력업체와의 물품구매를 전자상거래를 통해 실시함으로써 어음을 없애는 등 디지털화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밖에 수출관련 업무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수출에 소요되는 시간과 경비를 크게 절감하는가 하면 전자상거래를 통해 전세계 부품업체로부터 싼값에 부품을 공급받는 등 종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디지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보고 소비자 중심의 제품 개발과 유통구조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상품기획 과정에서부터 소비자의 욕구를 적극 반영하고 있으며 N세대를 겨냥한 다품종 소량제품 체제로 생산방식을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또 디지털시대에는 과거의 수직적 조직구조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수평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방안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공룡에도 비교됐던 조직을 가볍게 하기 위해 사업본부, 총괄 등의 기존 조직을 독립 경영단위인 「회사 내 회사」조직으로 재편하고 있으며 말단 직원의 결재서류도 사안에 따라 즉시 결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해태전자, 아남전자 등 중견 전자업체들도 그동안의 침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디지털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소형가전 업체들도 더 이상 대기업에 의존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산시스템을 도입하거나 e메일을 활용한 전자결재를 실시하는 등 초보적인 단계의 디지털화를 구축하고 있다.

소형가전 업체들은 디지털화의 필요성은 절감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는 디지털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디지털 경영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전자 유통업체들도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의 유통에서 벗어나 디지털 유통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기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향후 유통시장에 혁명을 몰고 올 온라인 유통에 대비하기 위해 오프라인과 함께 전자상거래도 병행하는가 하면 온라인 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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