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을 봄의 여왕이라 했던가?
겨울 동면을 박차고 나오는 미물과 동식물들의 생명력이 용솟음치는 달이다.
4월 첫날은 사람들이 아마 춘몽으로 머리가 몽롱해져 만우절(萬寓節)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스무살일 때에도 4월 1일이 지나갔고 57세인 올해도 4월 1일은 꼭 같은 모습으로 지나간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이렇게 달라지게 만들었는지.
그때, 교수, 선배님들이 수없이 충고해준 말씀들 중에 하나는, 『젊은이여 황금 같은 시간을 선용하라, 인생은 낭비하기엔 너무 짧나니…』 였었다.
시간이 황금 같다니 별로 실감나지 소리인지라, 그때는 그런 소리는 아랑곳 않고 나는 열심히 놀았다.
공부만 안한 게 아니라 쓸데 없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해 버렸다.
황금 같은 시간을 다 허비했으니, 부자가 못된 건 당연하고.
그런데, 지금은 할 일도 많고, 일 욕심도 늘었는데 그 놈의 시간이 모자란다.
37년 동안에 나는 참 많이 변했다.
만일 내가 지금부터 300년 후에 357살이 된다면 얼마나 더 변할까.
나는 요새 매일같이 시간이 모자라서 고민이다.
이 세상에서 시간과 공간처럼 무진장 흔해 빠진 것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런데도 시간이 모자라니 일생을 좀 늘려 보았으면 하는 허망된 욕심도 생긴다.
나이는 사람을 측정하는 시간 잣대 아닌가.
산업사회의 원리에 따르면 사람이 시간을 먹을수록 비록 늙어 가지만, 동시에 황금 같은 시간을 먹으면 늙어서 당연히 부자가 되었던 모양이다.
시간을 먹지 않은 젊은이들이 어찌 부자가 될 수가 있겠는가?
가난한 젊은이들은 그래서, 부자 늙은이 앞에서 꼼짝 못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장유유서(長幼有序)요, 경로사상이 생겼고, 세대차이라는 것도 생겨 났으리라.
4000년 전, 이집트 람세스왕 시대의 유적으로 남겨진 비석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한다.
『요새 젊은 놈들이 버릇이 없어,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되노라.』
그런데 요새, 서기 2000년의 젊은이들은 버릇이 어떻게 되는 건가.
컴퓨터 속에서 머리회전이 빨라져 신지식인이 되고, 황금 같은 나이를 빛의 속도로 먹어 20, 30대 재벌이 부지기수로 나타나 노빈소부(老貧少富) 시대가 열리고 있으니, 불원간에 경소(敬少)사상이 출현하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닐가 싶다.
20대의 벼락부자가 생기니, 30대 재벌 회장 수가 늘어나 60대 대기업 회장들은 아예 전경련에 모습을 내밀지 않는다는 신문 가십이 곧 나타날 것 같다.
디지털 경제의 괴력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그토록 오랜 동안 정치·경제·사회 질서를 좌지우지하던 재벌들이 너도나도 꼬맹이 벤처기업들의 꽁무니를 따라 다니고, 흉내 좀 내고 싶어 벤치마킹을 열심히 한다니, 꺼꾸로 가는 세상 아니고 서야 어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얌전히 연구에만 몰두해 오던 꽁생원 20대 모범 연구원이 갑자기 벤처창업을 한다고 연구원을 뛰쳐 나가니 동료들이 놀라고, 상사가 까물어 친다.
벤처기업의 성공률은 고작해야 5, 6%라는데, 그런 확률을 가지고 모험을 감행하는 젊은이들에게 늙은이들이 경소심(敬少心)을 갖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봄기운에 나른해져 만상에 젖어본다.
31세기 첫해 4월 1일에는, 내 200대 후손되는 23세 된 재벌회장이 봄맞이 등산길을 가다가, 대한 디지털 공화국이 남긴 유적 돌 조각에 적힌 문구를 발견 할거라고. ,
『요새 늙은 놈들이 버릇이 없어,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되노라, 서기 2386년 4월 1일.』
그리고 그 재벌 회장님 혀를 끌끌 차면서 한마디 하실 거라고,
『천년 전에도 역시 늙은 놈들은 별 수 없었구먼.』
오늘 신문에는 엊그제 정통부에서 노인들에게도 인터넷 교육을 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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