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주의 영화읽기>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

어느 덧 에로티시즘 영화의 텍스트처럼 되어버린 「감각의 제국」이 제작된 지 24년만에 드디어 국내 극장에도 간판을 내걸게 되었다. 일본에서도 7년이라는 긴 법정 투쟁 끝에 음란물의 혐의를 벗고 빛을 보게 된 이 영화는 연기가 아닌 실제적인 정사 신으로 선정적인 논란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정치적 감독으로 불리는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은 감독의 이력으로선 꽤나 독특한 작품일 수 있다. 「감각의 제국」은 탐미주의에 대한 미장센과 함께 정치적인 회의와 좌절에 빠진 감독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여관방과 붉은색 의상, 방문 너머로 보이는 화려한 저녁놀과 문틈 사이로 엿보이는 섹스 신까지, 감독은 성적인 코드를 통해 억압과 관계의 또 다른 설명을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뻔뻔스럽도록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인간의 성적 본능은 즐거운 성적인 환상을 꿈꾸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외설스런 고통을 준다. 유부남과 기생이라는 두 남녀의 불륜은 오직 섹스를 통해서만 얘기되지만 그 관계 역시 어떤 성적 유희나 전희에 대한 기대감을 철저히 거부한 채 가히 엽기적이라 할 만큼 노골적이다.

「요시다야」라는 요정을 경영하는 주인인 이시다 키치조는 그의 집에 들어 온 기생인 아베 사다를 만나고 둘은 처음부터 서로에게 욕정을 느낀다. 결국 이시다는 부인의 눈을 피해 아베와 도망을 나온 후 요정에 틀어박혀, 끊임없는 성의 탐닉에 빠져든다.

아베는 오직 섹스에만 집착하며 점차 난폭해지고, 이시다의 아내에 대해 병적인 질투를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상태로 점차 변해간다.

1936년, 사랑하는 남자를 영원히 소유하기 위해 그를 교살하고 성기를 자른 아베라는 여인의 실제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섹스에 대한 중독을 통해 「성과 죽음의 욕구에 대한 본능은 맞닿아 있다」는 가설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그러나 지독한 포르노그라피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심의를 별 무리 없이 통과한 이 작품은 인터내셔널 판인 114분에서 86분으로 만신창이가 된 채 선을 보인다. 직접적인 성기 노출을 비롯한 외설적이고 충격적인 장면들이 많이 삭제되었음에도 「감각의 제국」은 여전히 에로틱하다. 그러나 그 에로틱함이 과연 영화가 의도했던 본질의 색깔을 갖고 있는가 하는데는 아무래도 의구심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관객들을 우려한(?) 직접적인 성기 노출 부분에 대한 수입사와 심의위원들의 배려는 이해되지만, 과연 이러한 영화에서 그 흐름을 얼마나 잘 읽어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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