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87) 벤처기업

IMF<5>

발가벗고 들어간 탕에서도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되었기 때문에 통역하는 사람은 항상 옆에 붙어다녔다. 설진유 차관은 생각보다 몸이 말랐고 사타구니에는 털이 거의없이 맨송맨송했다. 처음에는 면도로 밀었나 하고 자세히 보았지만, 아마 유전적으로 털이 조금 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이 갔다. 증기탕에서 나와 샤워를 하고 다시 물속에서 이야기를 하였다. 설진유 차관은 계속 IMF에 대해서 말했는데, 나는 듣기 싫었지만 싫은 기색을 할 수 없었다. 조금 있자 문씨가 나를 한쪽으로 안내했다. 통역이 따라오려다가 걸음을 멈추면서 말했다.

『예쁜 여자가 안마해주는 방으로 안내한답니다. 좀 쉬었다 나오시오.』

그렇게 말하고 통역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이 기분 나쁠 정도로 음흉했지만 나는 시침을 떼고 모른체했다. 언제부터인지 사회주의 체제 속의 중국에 사정산업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장 경제의 개방과 더불어 어쩔 수 없이 사정산업이 포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엄격하게 규제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공식적인 창녀촌은 없지만, 중국의 도시 곳곳에 안마방이 번지고 있었다. 그 안마방은 피로를 풀어주는 안마가 주된 업종이지만, 실제는 종업원이 여자라는 점에서 변칙적인 성행위를 하였다. 그것은 공공연한 사정사업이 되었다. 때문에 고급 사우나탕에서 하고 있는 안마는 순수한 안마로 그칠 수 없을 것이다. 안내되어 들어간 조그만 방에 한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우나탕이 일본인이 경영하는 것이어서 일본식으로 교육을 받았는지 여자는 무릎을 꿇고 있다가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허리를 굽히면서 인사를 했다.

내가 방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안내하던 문씨는 돌아갔다. 흐릿한 불빛 때문에 여자의 얼굴을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었으나 앳되고 귀여운 표정이었다. 빨간 팬츠와 노란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있었고, 다른 옷은 걸치지 않았다. 젖가슴이 빈약한 것에 비하여 하체는 매우 튼튼하고 미끈하게 뻗어 있었다. 여자는 덧니를 드러내며 씽끗 웃더니 나에게 물었다.

『서울서 왔시오?』

그녀가 한국 말을 하는 것에 깜짝 놀라서 내려다보니 그녀는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내래 조선족이야요.』

『그래요? 고향이 어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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