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과세 강화에 따른 문제점

재정경제부가 지난 20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주요 업무계획중 전자상거래 과세기준을 정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보고내용에는 전자세금계산서를 주고받도록 유도하고 전자상거래 업체가 디지털 기록을 보유하는 경우 이를 정규장부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업적 목적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업자등록번호 게시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가산세 부과, 세무조사 등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쟁점=전자상거래업체들에 과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 회오리로 작용한 것은 무엇보다 정부와 업계의 각기 다른 형평성 주장이다. 정부는 균형재정이라는 주장 아래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무세(無說)의 천국으로 놔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사이트 개설자들이 세금을 내고 있는지는 물론 사업자 등록을 했는지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더이상 간과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업용 홈페이지에 사업자등록번호 게시를 의무화해 세원 관리와 과세당국의 징세활동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의도다. 또 소비자들은 사업자등록번호가 게시돼 있는지를 보고 그 사이트의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날로그산업에서의 과세를 디지털산업이라고 해서 예외로 둔다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산업에 대해 현재와 같은 세율 적용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대부분 영세업체로 실매출이 크게 일어나지 않고 초기 투자 단계이므로 부가세 유예기간을 최소한 2∼3년은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정부가 전자상거래를 적극 유도하고 있는 입장과 비교해 볼 때 자승자박의 정책밖에 안된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전자상거래 과세 강화 방침은 현실적인 상황을 무시한 명목세로 업계에 압박감만을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외국의 사례=상업용 홈페이지에 사업자등록번호를 게시한 나라는 아직 없다. 호주에서 비슷한 논의가 이루어진 적은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난 상태는 아니다. 미국의 경우 클린턴 대통령이 전자상거래 과세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이후 최근 미 의회 전자상거래자문위원회에서는 오는 2006년까지 과세 유예 의견을 모은 상태다. 아직 정식 제안문으로 채택된 것은 아니지만 이 내용대로 보고서를 제출하겠다는 것이 위원회의 공식적인 입장. 미국 인터넷업계에서는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찰스스왑 등 인터넷업체의 대표 6명이 자문위에 직접 참여해 과세 반대를 외치고 있다. 또 각 사의 워싱턴 사무소를 통해 정계에 대한 로비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월마트와 홈데포 등 유통업체는 자문위에 참여하고 있는 정치인들과 주지사들을 상대로 과세에 대한 정당성 로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미 전역의 소매업체 150만개와 직원 2000만명을 대표하는 단체인 「e 공정성 확보 연합」을 구성해 전자상거래에도 과세를 내야 한다는 여론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주 경계를 넘어 이뤄지는 전자상거래에 대한 징수체제를 마련하지 못해 내년 10월까지 세금 부과를 유보한 상태다.

<>정부와 업계의 입장 대립=전자상거래 과세 강화에 대해 궁극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다. 정부도 이같은 논리에 맞춰 과세 강화 방침을 내세웠다. 이에 반해 업체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디지털 이전에 사업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현재로선 무리수가 따른다는 것이다. 업계는 상업목적의 홈페이지에 사업자등록번호를 게시하는 것은 전자거래 소비자 표준 이용약관에서도 규정했듯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수용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업자등록번호가 소비자보호가 아닌 세금부과의 목적으로 이용된다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목소리다.

또 현재 세무당국은 도메인 이름이 「co.kr」로 끝나는 사이트의 명단은 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서 일관 입수하고 있으나 .com, .net 등으로 끝나는 사이트는 도메인명 허가관리를 미국업체가 하고 있으므로 세원 추적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세금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나라 보다 까다로운 미국이 과세유예를 결정할 정도로 세금부과에 대해 어려움이 많은 만큼 우리나라 역시 유예기간을 두고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재정경제부 소비세제과의 관계자는 『연말께 전자상거래 기본법이나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해 전자상거래 과세를 반영할 계획』이라며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세금도 징수 안하는 세외법권(?)으로 놔둘 경우 업체 난립은 물론 특혜시비까지 몰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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