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B2B) 전자상거래를 위한 전자카탈로그 표준화 작업이 난항을 빚고 있다.
SCM민관합동 추진위원회는 올해 주요 사업의 하나로 추진키로 했던 국제 표준 전자카탈로그 사업을 잠정 유보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유통정보센터측이 제안했던 EAN코드에 기반한 B2B 전자상거래를 위한 글로벌 전자카탈로그 표준화 작업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될 전망이다.
추진위원회는 산업자원부 이희범 차관보를 비롯한 현대백화점 김영일 고문, LG유통 강말길 사장, 신세계I&C 권재석 사장 등 주요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2000년도 1차 회의를 개최하고 「전자카탈로그 구축 기본 계획(안)」을 부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소위원회에서 재논의키로 결의했다.
◇왜 유보됐나=SCM민관합동위원회는 지난 2일 이사회에서 EAN코드에 기반한 글로벌 표준을 보급키로 잠정 결정하고 이날 위원회에 최종 회부했다. 위원들은 이날 찬반 양론으로 크게 갈리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결국 소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키로 합의했다. 위원회는 당초 EAN글로벌 표준에 입각한 GADS를 국내 전자카탈로그 표준으로 보급할 계획이었다. GADS는 EAN인터내셔널과 미국 UCC가 각 국가에서 한정돼 사용하고 있는 전자 카탈로그를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8월부터 전개한 프로젝트다. GADS는 호주·벨기에·프랑스·독일· 미국 등 9개국 전자카탈로그를 분석해 마련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거래 모두를 지원하는 글로벌 표준 체계다. 표준이 제정된 이후 8월부터 12월까지 1차 시범사업을 추진한 데 이어 현재 2차 시범사업을 진행중이다.
◇쟁점은 무엇인가=전자카탈로그 표준화 작업의 쟁점은 결국 「경쟁력 있는 업체 주도의 시장 표준이냐」 아니면 「정부가 주도해 기본적인 표준체계를 수립해 주는 것이 올바른 길이냐」는 점이다. 결국 B2B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시급히 표준화가 되어야 한다는 총론은 공감하면서도 이를 위한 각론에서는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 글로벌 표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뜻을 같이하면서도 실제로 이를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전자카탈로그 표준화 작업이 국내에서도 꽤 활발히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조달청이 조달상품 7만건에 대한 전자카탈로그를 구축중이며 한국전자산업진흥회·중소기업진흥공단·전자상거래표준연구조합 등 정부 산하단체에서 자체 표준안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커머스넷·일렉트로피아·신세계I&C·삼성물산 등 개별업체에서도 표준안을 마련해 사용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SCM위원회에서 글로벌 전자카탈로그 표준안인 GADS를 보급하지 않더라고 유통정보센터는 이를 독자적으로 사업화할 방침이다. 결국 상품은 같은데 업체나 단체별로 표준안이 다른 현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같이 공통된 표준안 없이 산업별 혹은 쇼핑몰업체별로 표준안을 준비하면 우선 중복 구축과 상호 호환의 문제가 우려된다. 각기 다른 분류체계로 이중의 코드를 사용하거나 서로 호환할 수 있는 변환시스템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또 이같이 국제표준이나 실물거래의 정보화를 고려하지 않고 온라인거래의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면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이날 회의에서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던 학계측 반응이 주목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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