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기의 수요증가에 힘입어 이동전화기용 부품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조사전문업체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올해 이동전화기업체들의 생산량이 4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는 등 세계 이동전화기시장이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이동전화기용 부품수요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들어 세계적으로 전압제어발진기(VCO)와 온도보상형수정발진기(TCXO) 등 이동전화기용 일부 부품의 경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수급불안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지난해 이동전화기 생산업체들을 괴롭혔던 「표면탄성파(SAW)필터 악몽」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올해 전세계적으로 VCO의 수요는 10억개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현재 삼성전기·마쓰시타·무라타·알프스전기 등 전세계 VCO업체가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은 예상수요의 80%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TCXO도 사정은 비슷해 올해 전세계 수요 5억개 중 삼성전기를 비롯한 생산업체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4억개 남짓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적층세라믹칩콘덴서(MLCC)와 탄탈콘덴서의 수급상황은 이보다 더욱 불안하다.
삼성전기는 MLCC의 경우 지난해부터 품귀현상이 빚어져 대형 거래선 이외에는 미처 공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최근들어 삼성전기를 비롯해 무라타·교세라·TDK 등 유력 공급업체들이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까지 주문을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동전화기용 핵심부품인 고주파전력증폭기(일명 PA모듈)와 중간파 SAW필터를 생산하는 LG정밀은 이들 부품에 대한 주문이 쇄도,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도 주문량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LG정밀은 이에 따라 올상반기안에 PA모듈의 생산능력을 지금보다 3배 늘어난 월 150만개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커넥선트와 히타치 등 외국 유력업체들이 생산설비 증설에 한계를 느끼고 있어 PA모듈 수급난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칩부품 생산업체인 세라텍도 이동전화기의 수요증가 여파로 최근 1005(10×5㎜) 크기 칩인덕터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대대적인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는 등 생산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인쇄회로기판(PCB)과 배터리·I/O커넥터·안테나·진동모터·스위치 등 이동전화기에 들어가는 각종 범용부품의 경우에도 이동전화기용 핵심부품처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이동전화기 생산량 확대에 힘입어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어 부품 생산업체들의 매출확대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이동전화기용 부품의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최근에는 한국코아·한국단자공업·고니정밀·청원전자·에스텍·쎄라텍·삼화전자 등 부품업체들이 사업다각화 영역을 확대, 통신용 부품시장에 신규 진출하거나 통신용 부품사업을 확대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규소강판 코어 생산업체인 한국코아는 지난해 말 자회사인 미래통신의 소재·부품사업부를 한국코아연구소로 통합, RF부품의 개발활동을 강화하는 등 통신용 부품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상반기부터 미래통신·전자부품연구원과 공동개발한 이동통신단말기용 듀얼 모드주파수합성기(PLL)를 양산, 국내외 시장공략에 나서는 한편 후속모델로 발진기와 수정진동자 등을 개발해 오는 2002년에는 통신용 부품의 매출비중을 전체매출의 3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커넥터 생산업체인 한국단자공업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광통신 및 무선통신부품을 21세기 전략품목으로 선정, 신제품 개발 및 생산에 나섰다.
이 회사는 최근 주력 생산품목인 자동차용 커넥터의 매출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올해 새로 시작하는 통신용 부품사업부문에서 1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아래 이동전화용 초소형 전압제어발진기(VCO)와 전압제어형온도보상수정발진기(VCTCXO)의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수정디바이스 생산업체인 청호전자통신은 지난해 대우전자부품의 SAW필터 생산라인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RF SAW필터 생산라인을 도입, 월 30만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통신용 부품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앞으로 SAW필터의 월 생산량을 100만개로 늘릴 예정이다.
릴레이 생산업체인 청원전자는 최근 생산품목 다양화를 위해 20억원을 들여 일본업체로부터 통신용 릴레이 제조기술과 생산설비를 도입, 이달부터 통신용 릴레이의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스피커 생산업체인 에스텍은 최근 10억원을 들여 생산라인을 확충해 지난해 말 개발한 이동통신단말기용 복합기능부품(MFD) 등 통신용 제품의 생산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창성과 삼원전기 등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초박형 통신단말기용 코어와 이동전화기용 메탈돔 스위치의 개발 및 생산비중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부품업체들의 통신단말기용 부품사업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산 이동전화기의 부품 국산화율은 단말기 생산업체들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금액기준으로 볼 때 40∼6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통신단말기용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위한 위한 노력과 투자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이동전화기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와 함께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았으나 CDMA 관련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이 부진해 MSM칩과 CPU를 비롯해 SAW필터·앰프·PLL모듈 등 주요 RF부품, 그리고 배터리 등은 아직까지 대량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MSM칩의 경우 퀄컴의 CDMA 방식 독점품목인데다 국내업체들의 개발능력이 크게 낙후돼 있어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플래시메모리 또한 국내 기술력 부족으로 전량 미국·일본의 부품업체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배터리의 경우에도 최근 LG화학과 삼성SDI 등이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단행, 본격적인 개발 및 생산에 나섰으나 생산능력과 기술력 부족 등으로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다른 이동전화기용 부품의 경우에도 수입제품은 「작고 가볍고 저전력 저소비」라는 시대적 조류에 맞춰 지속적으로 성능향상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가기능이 구현되는 신제품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데 반해 국내 부품업체들의 이동전화기용 주요 부품의 개발능력은 선진 외국업체에 비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정도 뒤처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통신단말기용 부품시장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일부 품목을 제외한다면 통신부품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세계적인 부품업체들이 세계 이동전화기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국내 단말기 생산업체에 부품 공급물량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다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 등 국내 단말기 생산업체들 또한 부품조달에 있어 글로벌 소싱을 확대해 회사 경영이익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동전화기 생산업체들이 생산과 판매뿐만 아니라 부품조달에 있어서도 앞다퉈 글로벌 경영방식을 도입함에 따라 국내 이동전화기용 부품 생산업체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서 외국의 대형 부품업체와 치열한 품질 및 가격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년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이동전화기시장은 앞으로 IMT2000 등 차세대 통신서비스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으며 통신용 부품의 수요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내포한 통신부품용 시장에서 국내 부품업체들이 선진 외국 대형 부품업체들의 들러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세계시장에서 공히 인정받을 수 있는 핵심부품의 개발·생산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핵심부품의 국산화는 부품업계의 노력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만큼 이동전화기 생산업체와 연구소 그리고 정부가 함께 통신부품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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