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산기사업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지난 10일 조달청이 행자부 수요 주전산기 공급업체 공개입찰에서 한국통신(대표 고성욱)을 적격심사 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올해 주전산기사업이 어떻게 달라질지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달청은 올해 처음 국내 주전산기공급업체와 일반 외국업체들까지 입찰자격 대상을 확대한 이번 입찰에서 서울·인천·대전·경기·강원·충북·충남지역을 1분류, 부산·대구·광주·울산·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도 등을 2분류로 나눠 각각 80대와 75대의 주전산기를 구매키로 했다. 조달청은 이날 1분류와 2분류 입찰에서 각각 1억1799만9000원과 1억5120만원을 써낸 한국통신을 적격심사 대상자로 선정하여 발표했다. <본지 3월 11일자 1면 참조>
이로써 그동안 10여년동안 주전산기를 개발해 정부 및 투자기관에 판매해온 삼성전자·LG전자·현대정보기술·대우통신 등 이른바 주전산기 4사의 주전산기사업이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물론 이같은 전망은 조달청이 올해 주전산기 입찰자격을 완전개방하면서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조달청이 실시한 입찰에는 삼성전자·대우통신·LG전자·현대정보기술 등 주전산기 공급업체를 포함해 LG히다찌·한국후지쯔·한국컴퓨터·포스데이타 등 모두 18개 업체가 응찰했다. 그중에서도 비디오통신 전문기업인 한국통신이 1순위로 적격심사 대상자로 선정, 발표되자 대부분의 업체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특히 주전산기 4사는 그야말로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체념섞인 분위기가 역력하다.
주전산기업체들은 올 주전산기시장이 사상 최대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외국컴퓨터업체 등 무려 18개사가 입찰에 참여하면서 공급권 획득이 여의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한국통신이 최종 적격업체로 발표되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못하고 있다.
조달청은 이번 주 중 적격심사를 실시해 이를 통과하지 못한 기업들을 차례로 배제해 최종 공급업체를 선정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적격심사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있는 주전산기업체들이 최종공급권을 획득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
조달청의 적격심사 내용에는 매출실적과 경영상태, 수행능력 등을 70점, 대외신인도 10점 등 80점과 가격에서 5점 이상 등 적격심사 대상업체가 총 85점 이상을 획득할 경우 최종공급업체로 선정하는 것으로 돼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1차적으로 적격심사 대상자로 선정된 업체를 대상으로 심사에 들어가지만 점수에 미달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그럴 경우 2순위 업체를 대상으로 다시 적격심사를 실시해야 하므로 최종적인 결과는 3월말이 되어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찰결과로 보면 한국통신에 이어 LG히다찌가 2순위, 삼성전자가 3순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달청이 밝힌 적격대상자의 심사기준에서 보면 일단 3위권 내에 들어있는 업체들 중 한 업체가 최종선정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러한 점에서 3위에 랭크되어 있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주전산기업체들은 사업을 포기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할 형편이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적격심사 대상 3순위이기 때문에 한국통신과 LG히다찌가 적격심사에서 탈락할 경우 350억원 이상을 독식할 수 있는 상황이며 LG전자 또한 LG히다찌가 공급업체로 선정된다면 다른 업체들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대정보기술과 대우통신으로서는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선심을 기대할 수 밖에 없지만 과연 어느 업체가 공급권을 획득하더라도 눈앞의 이익을 다른 업체에 넘겨줄 것인가는 상당부분 회의적이다.
그렇지만 주전산기시장이 4개 업체의 공조속에 명맥을 유지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입찰결과로 4사 공조체제가 종전과 마찬가지로 지속될 것인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조달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조달청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앞으로도 조달업무를 완전개방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어 이번 입찰에서 탈락한 주전산기업체들이 이 사업을 계속 유지할 명분도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결국 행정정보화시장을 겨냥해 주전산기사업을 유지해왔던 4사로서는 이제 시장이 사라진 만큼 사업을 계속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해야할 처지가 돼버린 셈이다.
실제 주전산기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려했던 바가 현실화돼 이제 주전산기업체라는 의미도 사라지게 됐다』며 『그동안 정부와 업계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돼왔던 사업이 다시 정부에 의해 포기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현재의 심정을 토로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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