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73) 벤처기업

최고의 버전<35>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기업을 하면서 변화한 나의 성격이었다. 비교적 남의 앞에 나서지 못하고 소심했던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긍정적인 일일 것이다. 부정적인 변화로는 현실에 대한 타협이다. 그러나 그 타협이 부당한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를테면 유흥가 여성에 대한 관념이었다. 나는 한때 그녀들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상대할 가치가 없는 사회악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녀들과 동조하여 비즈니스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나간 일이지만, 처음 사회에 발을 디뎠을 때 선배 배용정이 사창가를 출입하는 것을 얼마나 싫어했던가. 그렇다고 지금 사창가를 출입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룸살롱에서 여급들에게 나의 고객 손님 시중을 잘 들라고 하는 것은 사창가 출입하는 일과 오십보 백보 차이에 불과한 일이었다. 이렇게 타락한 것을, 그것이 타락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것에 문제가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중국에 진출했다는 유 회장과 함께 현 마담이 경영하는 룸살롱에 들어가서 양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와 회오리주를 주고받았다. 우리는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술잔을 주고받았다. 그것이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최선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당신은 중국 진출할 자격이 있소.』

술이 거나하게 취한 유 회장이 나를 쏘아보면서 말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형님?』

술이 거나하게 취하자 나는 그에게 형이라고 불렀다. 사업의 파트너를 형과 동생으로 맺는 것은 필요에 따라 유리했다. 그것은 여러 가지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일이지만, 나에게 있어 불리할 일은 없었다.

『술을 잘 마시기 때문이오. 사업하는 사람이 처음 중국에 가면 먼저 부딪치는 일이 술 마시는 일이오. 술을 잘 마심으로써 그들은 동지 느낌을 받게 되고, 그것은 술을 못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시간을 당겨주는 역할을 하지.』

『다행이군요. 술이라면 남에게 빠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별로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중국에서는 사람을 사귀는 일이 중요하지. 그것은 하루 이틀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오. 중국 사람처럼 만만디(천천히)해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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