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이 프로테이프 사업 부문을 매각한 것인가 아니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영상 사업을 펼치기 위해 인터넷 벤처기업인 디지탈임팩트를 흡수·합병한 것인가.
지난 6일 전격 발표된 새한(대표 최정덕)과 디지탈임팩트(공동대표 최용성·윤형기)의 프로테이프 양수도 계약을 놓고 관련 업계의 시각과 해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 AOL과 타임워너간의 합병을 연상케 하는 이번 양수도 계약은 인터넷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영상 산업계의 모범 답안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새한의 이같은 결정에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새한그룹의 공식적인 입장은 매각이나 합병, 이도저도 아닌 「전략적 제휴」다. 새한은 6일의 긴급 이사회 내용을 공시하면서 『홈비디오 유통 사업부의 현물 투자를 통해 디지탈임팩트의 주식 25%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관련 사업만 벌인다면 주가가 치솟는 요즘 잘 나가는 인터넷 벤처기업인 디지탈임팩트를 인수 합병했다고 발표할 만한데도 새한측은 단순히 자사의 프로테이프 사업부문과 디지탈임팩트의 주식 25%를 맞바꾸었다는 사실만을 공표했다.
반면 디지탈임팩트측은 자사가 새한의 프로테이프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는 입장이다. 디지탈임팩트는 『6일 현물 출자 방식으로 새한 홈비디오 사업부를 양수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렇게 본다면 새한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프로테이프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대신 잘 나가는 인터넷 벤처기업의 주식을 획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우선 양사의 매출이나 기업 규모를 보면 상황이 뒤바뀌었다. 디지탈임팩트는 코스닥 등록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은 19억원에 불과하며 올해 50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반면 새한의 프로테이프 사업부는 지난해 450억원, 올해 500억원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매출 규모로 볼 때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디지탈임팩트가 새한의 프로테이프 부문을 인수한 셈이다. 특히 이번 양수도 건을 새한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연간 500억원 규모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사업부를 뚜렷한 반사 이익이 없음에도 통째로 매각했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
업계에서는 이번 양수도를 통해 새한이 디지탈임팩트의 주식 25%를 취득, 제1대 주주가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코스닥등록 기업인 디지탈임팩트는 현재 총 960만주의 주식을 발행했으며 창업자인 최용성 사장은 본인 명의의 주식(10.7%)과 우호지분(10.3%) 등을 포함해 21%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새한이 확보한 25% 지분이면 1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새한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디지탈임팩트를 합병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한이 디지탈임팩트를 인수·합병한 것이란 정황 증거는 또 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새한이 갖고 있던 콜럼비아트라이스타의 비디오 공급권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사실. 이와 관련, 콜럼비아의 권혁조 사장은 『새한 프로테이프 사업부의 영업 조직 등이 그대로 존속된다는 확약을 받고 기존의 계약 관계를 유지한다는 문서에 사인을 했다』고 밝혔다.
비디오메이저인 이 회사가 연간 매출이 19억원에 불과한 인터넷 벤처기업을 바라보고 연간 200여억원에 달하는 프로테이프 판매권을 줄 리가 없으며 더욱이 새한 측의 사업여건 변화로 발생한 사안이기 때문에 계약 취소를 해도 되는 상황에서 기존 계약의 유지를 결정한 것은 새한이 『자사의 홈비디오 사업부에서 디지탈임팩트로 이름만 바꾸었을 뿐 기존의 프로테이프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계획을 확인하고 내린 결정일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새한 홈비디오 사업부의 모태인 디지탈미디어를 창업했던 이재찬 씨와 디지탈임팩트의 창업주인 최용성 사장과 막역한 사이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새한이 온오프 라인의 결합을 통해 영상 사업을 펼치기 위해 기존의 프로테이프 사업부를 모태로 디지탈임팩트를 합병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위원회가 50대 기업군에 대해 계열사 축소 지침을 내린 후 새한측이 프로테이프 사업 부문의 처리를 두고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5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갖고 있는데다가 기존의 채무 등이 얽혀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디지탈임팩트와의 합병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디지탈임팩트의 윤형기 사장은 『새한이 1대 주주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수도 계약서에 경영권은 현재의 주주들에게 맡긴다는 특약사항이 있어 새한측의 경영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며 『새한은 단순히 주주로 남아있는 이상 디지탈임팩트가 새한의 프로테이프 사업부를 인수한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7
프랑스 기관사, 달리는 기차서 투신… 탑승객 400명 '크리스마스의 악몽'
-
8
“코로나19, 자연발생 아냐...실험실서 유출”
-
9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10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