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HDD 유입 가속화

국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시장에 공식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해외의 HDD유통업체로부터 직접 들여오는 「그레이」 제품의 유입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7일 관련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펜티엄Ⅲ 인터넷PC 판매호조와 함께 전반적으로 PC 수요가 급증하면서 HDD수요가 크게 늘자 용산전자상가·테크노마트 등지의 HDD전문 유통업체들이 국내 공식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해외 그레이 제품을 직접 경쟁적으로 들여오고 있다.

특히 이들이 수입 판매하는 그레이 HDD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퀀텀 제품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들어서는 맥스터를 비롯해 후지쯔·IBM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심지어 본사 차원에서 그레이제품을 적극 차단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 제품도 일부 등장하고 있다.

그레이 제품은 주로 10∼15GB급인데 최근들어서는 20GB 대용량 제품의 수입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HDD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요즘처럼 수요가 많을 경우 용산전자상가에서 하루에 유통되는 HDD 4000∼5000개 가운데 70% 가량은 그레이 시장에서 조달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주의 경우 한 개 브랜드가 하루에만 4000개 이상이 용산에 공급된 적이 있을 정도로 그레이 제품이 많이 나돌고 있으며 용량도 10GB에서 20GB까지 다양해 저가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심지어 어떤 브랜드는 대기업의 OEM용 물건이 시장으로 대량 흘러나오기도 했다』며 『공식적인 유통업체들이 제품을 판매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HDD시장에 그레이 제품 유입이 늘면서 일선 유통점들의 HDD판매가격도 지난 1월에 비해 용량대별로 3000원에서 1만원 가량 떨어졌다. 15GB제품의 경우 실 판매가격이 15만원대로 지난 1월에 비해 1만원 이상 떨어졌으며 20만원을 호가했던 20GB제품도 18만원대로 낮아졌다. 또 소량이나마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30GB짜리 제품도 29만∼3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HDD시장을 그레이 제품이 장악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맥스터는 자사 총판을 통해 정품 공급량을 대폭 늘렸으며 퀀텀도 그레이에 맞대응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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