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정보혁명과 지식사회의 진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생활과 산업에 엄청난 변혁이 진행되는 시대다. 이 변혁의 바람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특수 영역으로 인식돼 왔던 의료분야에도 예외 없이 몰아치고 있다.
종전에는 의료 전문인이라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의료정보와 기술을 독점함으로써 환자 위에 군림하며 존경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정보혁명이 가속화하고 있는 21세기에는 의료정보가 일반인에게 쉽게 공개됨으로써 의료 전문인의 권위와 위상이 무너지고 있다. 이 같은 급격한 외부환경의 변화는 의료기관과 의료 전문인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보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전문 의료인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긴박감은 보건의료 산업계 전반에 정보화·디지털화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의료계와 의료산업계에 「사이버 의료」 「디지털 의료」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면서 의료산업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진료·원무·경영·교육·인사·구매·의사소통·생산·물류·제품개발 등 각 분야에 대한 디지털 신경망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의료시대에선 무엇보다도 컴퓨터·통신·원격시스템 등의 첨단기기들이 크게 기여하며 이를 통한 의료서비스가 보편화할 전망이다.
삼성의료원·서울대병원 등 일부 의료기관은 일찌감치 사이버 의료시대에 대비해 준비해 오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의료기관과 가정 그리고 사무실을 초고속통신망으로 연결, 간편한 1차 진료 성격의 원격진료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삼성의료원도 일본 홋카이도대와 원격영상을 통한 암환자의 치료정보를 주고 받아 치료에 효과를 보고 있다.
또 의료기관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직접 운영하면서 다양한 보건의료정보를 일반인들에게 홍보하고 담당의사들이 문의사항에 대해 바쁜 시간을 쪼개 답변을 해주는 사이버 병원이 활짝 열리면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디지털 의료서비스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의료정보화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범람과 상업성의 결합으로 인해 왜곡된 의료정보 및 지식들이 아무런 여과 없이 일반인들에게 전달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디지털화를 통해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고 개선하는 사이버워처(Cyber Watcher) 역할론도 대두되고 있다.
종전 의료기관을 공익재단으로 인식했던 시각도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바뀌어가고 있다. 의료기관도 이익을 창출하는 「제2의 기업」이란 이미지가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들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가공·재생·운영함으로써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전문 의사출신의 병원장·행정원장 등 의료기관 경영자들은 의사의 직무와 함께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더이상 존경받는 의사 선배로서가 아닌 의료기관의 비전을 제시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등 경영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가 될 것을 강요받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의료시대에선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와 함께 최상의 질과 정확한 진료를 대기시간 없이 빠른 시간내에 시행하는 것이 성공을 판가름하는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들은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주문자처방전달시스템(OCS)·전자차트시스템 등 정보화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다양한 의료정보 및 의료기기 전문업체들이 보건의료환경에 적합한 각종 시스템을 개발하고 디지털관련 첨단의료기기를 선보임으로써 이제 막 발아되기 시작한 보건의료 산업계의 정보화가 한층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아날로그 의료시대에선 의료기관과 의료산업계가 수직적 상하관계로 묶여져 있었다면 디지털 의료시대에는 이러한 상하관계가 무너지고 수평적 동반자관계가 형성될 전망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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