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제조 게임기 범람

불법으로 제작된 오락실용 게임기가 범람, 탈세와 불법 오락물의 유통과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활기를 띰에 따라 불법으로 제작된 오락실용 게임기의 유통이 크게 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몇 달 사이에는 전체 공급량의 절반이 불법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게임기 제조업체들의 단체인 한국게임기산업협회(회장 한춘기)의 정은용 사무국장은 『회원사로부터 불법물의 유통이 심각하다는 신고를 받고 자체 조사를 해본 결과 최근 월 평균 4000∼5000대의 불법 제조 게임기가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월 평균 오락실용 게임기의 공급 물량이 1만대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불법 게임기가 전체 시장의 40∼50%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불법 제조 게임기의 유통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오락실 등록기관들의 관리 소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오락실 업주들은 신규 오락실을 개점하거나 게임기를 추가로 들여올 때 도시군구 등록청에 이를 신고하고 있지만 등록관청이 개별 오락실용 기기에 대해서는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상의 형식승인 등을 받은 정품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등 불법제품의 유통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오락실에서 사용하는 기기의 정품 여부를 검증하고 사후 관리하는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음에 따라 상당수의 오락실 업주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불법 제조기기를 선호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9인치 게임기의 경우 정품이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49만원선에 거래되는 반면 불법 제품은 35만원대에 거래되는 등 불법 제조기기가 정품에 비해 25% 이상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들 불법 제조기기는 무허가 업체들이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상의 형식승인을 받지 않고 무허가로 제조한 것으로 일부 제품의 경우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은 소프트웨어까지 끼워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기기의 안정성과 품질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탈세와 불법 게임 소프트웨어 유통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불법물의 유통 물량이 전체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함에 따라 게임기 제조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일부 정품 제조업체들은 덤핑 판매에 나서는 등 유통구조가 무너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게임기산업협회 정은용 사무국장은 『등록관청이 오락실의 게임기에 대한 사후관리 기능을 강화해야 하며 개별 게임기마다 형식승인 필증, 공급증명서, 세금계산서, 제작업자사업자등록증 등을 대조해 정품인지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