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64) 벤처기업

최고의 버전<26>

아버지는 구입한 사옥을 수리하였다. 물론, 전문 인테리어에게 의뢰해서 실내 장식을 하였고, 외부 공사도 전문 업자를 선정해서 공사를 진행했지만, 총괄적인 지휘를 하였다. 그런데 하청 업자가 공사를 하다가 중간에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이유를 알고 보니 아버지가 욕설을 퍼부으면서 시비를 건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욕을 잘 하는 분 처음 보았소. 더구나 연세가 들은 노인네가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서슴지 않고 뱉으니 기가 찰 일이지요. 공사를 하면서 계단에 시멘트가 떨어지면 이놈의 새끼들아, 시멘트도 돈이다. 네 좆물로 생각하고 아무렇게 흘리느냐, 쌍놈의 새끼들 하는 거요. 이런 식으로 인부 부화를 지르고 있으니 일이 되겠소?』

나는 매우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옥 현장으로 가 보니, 계단 쪽에서 귀에 익은 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 쌔끼야, 유리는 어설프게 끼면 안돼. 탱탱하게 끼라. 좆 탱탱 모르냐? 아주 단단하게 끼란 말이야.』

내가 계단으로 올라가자 아버지가 나를 힐금 보면서 말했다.

『너 왔냐?』

『아버지, 아무리 나이가 어린 젊은이들이라고 해도 욕을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합니까?』

『욕? 내가 욕을 했냐?』

아버지는 그제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런 언어는 아버지에게 욕이 아니었다. 그것은 공사판에서 자연스럽게 오가는 은어였으며, 대화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노동자들의 피곤한 고통을 덜어주고 있었다. 그것이 토목 공사 현장의 현실이었다. 공사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도 처음에는 당황하고 불쾌해 했지만, 이제는 만성이 되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수리가 완성된 사무실 일부를 회사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여직원들도 있었는데, 아버지가 욕하는 것이 직원들의 귀에도 들어간 것이다. 사장의 아버지가 공사 감독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에 나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욕설은 공사판 노동자들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여자가 듣기에 민망한 어휘가 많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단순히 욕을 하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쉬는 시간이나 공사 현장에서 음담패설을 들려주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루하고 고된 노동자들에게 웃음을 안겨 주고 있었는데, 그 음담패설이 워낙 재미있었기 때문에 회사 직원 일부도 복도로 나와서 경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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