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63) 벤처기업

최고의 버전<25>

어머니와 아내와의 반목은 계속되었는데, 그것은 풀리지 않는 영원한 천적과도 같은 것처럼 느껴질 만큼 지속되었다. 그 일차적인 원인은 어머니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아들을 너무 아끼고 있는 나머지 며느리가 아들을 뺏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원인은 아내에게도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그러한 태도를 좀더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반목을 초래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도 그랬다. 어머니에게 고치라고 할 수 없으니 아내가 수용해 주기를 원했다. 그렇게 말하면 아내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들이 어머니와 한 통속이 된다는 것이고, 아내의 심경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며 소외감을 갖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아내의 적개심은 나에게로도 향해지는 것이다.

어쨌든 내가 추진한 대로 나는 집 부근에 조그만 아파트를 사서 부모가 기거하도록 했다. 같은 블록 안의 아파트 단지였기 때문에 퇴근하는 길에 들러 문안을 하기도 하고, 정기적인 생활비 이외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라고 용돈을 드렸다. 용돈은 주로 어머니에게 드렸는데, 하루는 집에 갔더니 아내가 골이 잔뜩 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까 왜 여길 왔느냐고 하면서 당신 집에 가서 살라는 것이다.

『내 집이 여기지 어디야? 내가 여자라도 숨겨 놓았나?』

『숨겨 놓은 것보다 더 하지에. 당신 어머니한테 가서 살아요.』

나는 사태를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 아마도 어머니가 다녀간 모양인데, 단순히 다녀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내의 표현대로라면 그녀의 염장을 질러놓은 것이 분명했다.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찾아와서 새로 사 입은 옷을 자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봐라, 이 옷은 네 남편이 돈을 줘서 사 입었다. 그만 두라고 했는데도 굳이 옷을 사 입으라고 주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 와서 어머니에게 돈 주었다는 말을 집사람한테 하지 마세요하고 말한 데 있다. 네가 나를 얼마나 미워했으면 남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지? 아들이 어미한테 옷 좀 사 입으라고 용돈을 더 주면 난리가 나느냐? 네가 어떻게 바가지를 긁었기에 너를 무서워하도록 하였지? 그러면 못쓴다. 어디 감히 남편에게 그따위 엄포를 놓아.』

어머니가 돌아간 후에 아내는 울었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낭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