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박광선 기술산업부장
해마다 국가는 새로운 시설 공사와 물품 구매에 나선다. 수조원에 달하는 조달사업 규모에 비춰볼 때 국가조달 물품이 공정한 제도와 절차를 거쳐 투명하게 선정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 조달업무를 총괄하는 조달청은 요즘 권위적인 행정 처리에서 탈피, 수요자 중심의 기관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많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중소·벤처 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방안도 눈에 띈다. 조달행정의 지휘자인 김병일 조달청장을 박광선 기술산업부장이 만나봤다. 편집자
-국가 조달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중요부서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은 조달청의 기능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먼저 청의 주요 업무부터 소개해 주시지요.
▲우리 청은 국가 공공 부문 조달업무의 약 28%인 연간 14조원 상당의 물품구매와 주요 시설공사 계약을 집행하는 대표적인 중앙조달기관입니다. 또 주요 원자재의 수급 및 물가 안정을 위해 비축사업을 운용중에 있으며 약 3조8000억원 상당의 정부보유 물품을 총괄, 관리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일부에서는 조달청이 군림하는 기관, 투명하지 못한 기관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도 밝혀주시죠.
▲그 동안 경제적이고 투명한 조달행정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적지 않은 국가예산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달행정을 청 위주로 수행함에 따라 조달물자 품질 미흡, 다양성 부족, 공급 지연 등의 문제를 지적받았으며 이로 인해 조달 분야는 부조리가 심하고 투명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취임 이후 이 같은 조달행정의 문제점 개선과 아울러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객 중심의 조달 서비스를 펴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방안이 정착되면 조달행정이 고객에게 사랑받을 뿐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조달전문기관으로 도약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정부기관에서 모든 업무를 고객 중심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은 자못 신선한 변화로 보여집니다. 조달서비스 혁신방안의 주요 내용은 무엇입니까.
▲오는 2002년 완료를 목표로 청의 모든 업무를 망라해 180여개의 혁신과제를 선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고객 중심의 조달서비스 제공, 투명·공정한 제도와 절차 마련, 효율적·경제적 조달 서비스 체제 구축, 전자상거래(EC) 등 정보화 기반 구축, 경제운용 방향에 부합하는 조달행정 수행 등 5대 혁신목표로 이뤄져 있습니다.
총 3단계로 추진중인 이 방안은 이미 지난해 말 1단계 과제가 완료된 상태입니다.
-21세기는 지식·정보화 사회입니다. 조달청에서 추진중인 정보화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최근의 디지털 혁명은 많은 것을 바꿔 놓고 있습니다. 특히 상거래 분야는 기존의 실물거래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전세계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사이버 세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청에서도 조달행정의 디지털화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깊이 인식하고 2, 3년 전부터 다양한 정보화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공공 부문 EC를 위해 지난 97년부터 업무별로 추진중인 조달 EDI 사업이 있는데 이미 내자·경리 업무를 완료한 데 이어 올해 중에는 외자·시설·비축 업무로 확대해 2001년 상반기부터는 모든 조달업무에 본격 시행할 예정입니다.
대내적으로는 지난해 9월 전자문서관리시스템인 EDMS를 구축, 전자결재와 정보 공유 및 활용체제를 확립하는 한편 인적 자원 인프라 개선을 위해 정보화 지수제 등을 적용, 직원 개개인의 정보처리 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중입니다.
또 인터넷 비즈니스의 발전 추세에 따라 지난 98년 10월부터 운영중인 행정용품 사이버 쇼핑몰은 인터넷 판매비율이 계속 증가,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전체 판매량의 55.4%에 이르고 있으며 점차 모든 단가계약 품목과 문화상품, 재활용품 등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향후 민간기업을 능가하는 생산성 높은 초일류 조달기관으로 변신하기 위해 모든 조달업무를 완전 디지털화해 명실상부한 전자조달(e-Procurement)시스템을 구축해나가겠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보유한 유망 중소·벤처 기업이 뛰어난 신기술 제품을 개발하고도 실적이 없어 공공기관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소·벤처 기업의 판로지원책이 따로 마련돼 있습니까.
▲우수제품 제도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난 96년부터 시행중인 이 제도는 KT, NT, EM, 특허 등 신기술 인증제품을 우수제품으로 선정, 단가계약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토록 한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자금이나 기술지원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중소·벤처 기업이 절실하게 원하는 생산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이들의 판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에는 당초 판매지원 목표치인 2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2639억원의 판매지원 실적을 올렸습니다.
올해는 우수제품 선정횟수를 연 4회에서 6회로 확대하고 인정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250여개 품목을 추가선정해 4000억원에 달하는 판로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또 내년까지 대상품목을 1000개까지 늘리고 판로지원액도 연간 5000억원으로 확대할 방침으로 있습니다.
-조달청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가 고용안정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대책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중소기업이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으나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달청에서는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올해 내자사업의 64%인 3조4000억원 상당의 중소기업 생산물품을 구매할 계획입니다.
또 그 동안 중소기업지원 육성책으로 실시해 온 단체적 수의계약 품목의 점진적인 축소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수의계약 제외품목을 가능한 한 기업간 경쟁품목으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이와함께 기술력이 있는 중소·벤처 기업의 우수제품 판로지원 등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중에 있습니다.
-공공기관에서는 2, 3년 전보다 조달서비스가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품질과 물품의 다양성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청장께서는 이 같은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십니까.
▲그 동안 예산절감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구매하는 데 중점을 둔 결과 공공기관들로부터 조달물자는 가격은 저렴한 대신 품질이 떨어지고 물품의 규격과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시중의 최신 규격에 맞는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공급하는 등 규격을 다양화해 공공기관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 나갈 계획입니다.
또 가격뿐만 아니라 성능을 종합 평가하는 종합 낙찰제와 규격 합격 제품에 대해서만 가격경쟁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규격·가격 분리 입찰제 등을 적극 추진, 조달물자의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조달청에서는 IMF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한 첫 작업으로 물자사랑 운동을 추진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물자사랑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고 그 성과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죠.
▲IMF 직후 정부물품 절약차원에서 시작한 물자사랑 운동은 정부물자 더 오래쓰기, 불요불급한 신규구매 지양 등으로 98년 2263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2356억원 상당의 국고 절감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물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정부와 민간이 따로 없기 때문에 지난해부터는 정부 물자사랑 운동을 민간 분야에도 확산시키기 위해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과 알뜰 주부 등의 물자사랑 우수사례를 발굴, 포상해왔습니다.
앞으로 경제 사정이 나아지더라도 이 운동을 더욱 알차게 추진해 사회전반에 물자를 사랑하는 운동이 확산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자원 재활용은 필수적입니다. 현재 재활용 업체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부조달을 통한 재활용 사업 지원계획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빈약한 자연자원 등을 고려할 때 폐자재를 재활용해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방안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나 재활용률은 평균 55%로 매우 저조합니다. 또 매년 2조원 이상의 폐자재 수입으로 귀중한 외화가 낭비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분히 재활용 제품 판매는 부진할 수밖에 없어 많은 관련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업체를 지원하고 재활용 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난해 218억원에 불과하던 재활용 원자재 비축목표를 올해에는 1000억원으로 확대하고 대상품목도 고지, 골판지원지 등 7개 품목에서 고철, 동철, 폐유리 등 모든 재활용 자재로 확대키로 결정했습니다.
이 밖에도 자금지원기간 연장, 이자율 경감 등의 지원채과 함께 재활용 사업자가 조달청 비축기지를 이용할 경우 임대료율을 5%에서 2.5%로 인하해 줄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중에 있습니다.
-지난 1, 2월 개최한 문화상품 명품전이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비교적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문화상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십니까.
▲새로운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입니다. 문화상품은 국가의 이미지를 제고시킴은 물론 굴뚝 없는 산업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입니다.
우리 청에서는 문화관광 진흥을 위한 정부시책에 부응코자 지난해부터 우수 문화상품을 발굴, 구매함으로써 사업규모가 영세하고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간 문화재와 명장 등 기능 보유자들이 생산한 제품의 판로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 대전청사에 문화상품 전시관을 개관한 데 이어 인터넷을 통한 문화상품 소개와 각종 홍보자료 배포 등 문화상품의 수요기반 확충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올해에는 현 대전청사의 문화상품 전시관을 확장하고 서울지방조달청에 제 2전시관을 개설하는 한편 지방 대도시를 순회하면서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정리=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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