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섬유·화학계열사, 소재사업 왜 뛰어드나

새한·제일모직·LG화학·SKC 등 대기업 섬유·화학계열사들이 경쟁적으로 정보전자소재사업 육성계획을 잇따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제일모직은 2005년까지 정보전자소재 분야에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새한도 이 분야에서 2002년까지 1조5000억원의 매출에 세전이익 85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에 LG화학이 정보전자소재를 육성하기 위해 2003년까지 1조원을 투자(생명과학 포함)하기로 했으며 SKC도 이 분야에 2002년까지 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주동안 국내 대형 섬유·화학업체의 잇단 정보전자소재사업 육성계획은 자사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서라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정보전자소재가 차세대 고부가가치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이들 업체의 사업추진계획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체별 전략=섬유업체인 새한(대표 최정덕 http://www.saehan.co.kr)은 앞으로 필터·전지·가공필름 부문을 새로운 전략사업으로 선정, 현재 74% 가량인 섬유부문 매출비중을 2002년에는 65%로 낮추는 대신 이들 분야의 사업비중을 14%에서 31%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한은 전지사업에 필수적인 코팅기술과 이온전지 전극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반도체와 전기·전자재료용 가공필름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http://www.lgchem.co.kr)은 2003년까지 정보전자소재의 매출액 비중을 현재 3%에서 14%로 대폭 확대한다는 밑그림아래 올해 정보전자소재 분야에 1000억원 투자를 진행한다. 이 회사가 역점을 둔 투자 분야로는 에너지저장소재(리튬이온전지 등), 디스플레이소재(LCD·PDP), 반도체소재(CCL 등), 기록소재(토너, 잉크) 분야로 LG화학은 이 분야 육성을 위해 사업부도 개편,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를 신설할 계획이다.

제일모직(http://www.cii.samsung.co.kr)은 리튬전지 전해액, 페이스트,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용 폴리이미드, 2차전지 활물질, 반도체용 절연재 등 총 5개 부문을 집중 육성해 2005년에는 이 분야에서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SKC(http://www.skc.co.kr)는 2003년까지 LCD·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정보전자 분야의 매출액 비중을 28%, 광미디어 분야에서는 26%로 확대할 계획이다. SKC는 I &E사업본부와 디지털미디어사업본부를 신설, 이들 사업부를 주축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배경=섬유·화학업체들이 정보전자소재 분야를 강화하는 것은 한마디로 이 시장이 앞으로 높은 성장을 일굴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이 업체들이 투자를 집중하는 분야가 반도체를 잇는 차세대 고부가가치사업으로 주목받는 TFT LCD 소재와 리튬이온전지 등 2차전지소재사업 분야에 몰린 것이 바로 이를 입증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소재 시장규모는 앞으로 5년안에 전세계적으로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삼성전자·LG필립스LCD·현대전자 등 국내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에서 모두 세계 10위안에 들어있다. 2차전지시장도 올해 국내에서만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유망한 분야여서 섬유·화학업체들에는 놓칠 수 없는 분야다. 특히 2차전지 분야는 일본제품이 국내시장을 거의 장악한 상태로 기술과 가격경쟁력으로 일본 제품을 대체할 경우 기업의 대외이미지도 개선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산업트렌드가 정보전자소재쪽으로 바뀌고 있고 기존 섬유·화학제품과 정보전자소재와의 기술 연관성이 높다는 점도 섬유·화학업체들이 이 분야 육성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과제=이들 업체의 행보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가에는 많은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우선 대기업 계열사인 이들 업체는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맞춰야 하는 관계로 투자자금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연 투자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업체들은 자금조달에 대해서는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LG화학과 제일모직은 현재 부채비율이 200% 미만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C도 현재 SK텔레콤·SK증권 등 수천억대의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어 이의 매각을 통해 부채비율을 초과하지 않고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한도 그룹내의 이익창출을 통한 투자재원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계획이다.

더구나 정보전자소재 분야는 반도체 제조 등에 비해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설비투자와는 달리 정보전자소재는 1000억원대에서 충분히 양산체제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IMF를 거치면서 감량경영으로 충분한 운영자금을 확보했고 각사마다 지난해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자금 조달면에서는 별반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전망=LG·SKC·제일모직·새한 등이 정보전자소재사업 육성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한화·코오롱 등의 섬유·화학업체 계열사들도 정보전자소재사업 진출 발표가 잇따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자칫 잘못하면 중복과잉투자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들의 과잉투자가 IMF를 불러왔다고 여기는 상황에서 이같은 역풍이 불 경우 사업초기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정보전자소재 개발을 위해서는 세트업체들과 유기적인 협력체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섬유·화학업체와 세트업체 사이의 공동투자와 공동개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혁준기자 j une @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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