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버전<12>
『우리 애는 지금도 사장이 되었지만, 앞으로 무지하게 크게 될 운세다. 내가 어느 곳을 가서 점을 보아도 그렇게 나오는 거야. 그거 알고 있는지 모르겄네? 어느 여자가 들어와도 복이 터진 기라. 우리 애를 잡은 것은 복을 잡은 거야.』
『엄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쑥스럽게스리.』
『와? 그게 사실이디. 여기서도 네가 사장되었다는 거 알고 여자들이 줄 섰다. 그 줄이 여기서 저기 항구까지 가고도 남을 기라.』
『엄마, 그 쓸데없는 말씀은 그만 하시라니까요.』
『참한 아이 많다. 사주보았는데 딱 맞는 애도 있다. 집안도 괜찮고.』
결혼을 하겠다고 데려온 그녀 앞에서 어머니가 하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송혜련은 약간 무안을 당한 표정을 지었다.
『집안은 뭐하는 집안이나? 아버지는 뭐 하시디?』
그제야 어머니는 처음으로 여자의 집안 내력에 대해서 관심을 돌렸다. 조금 전의 말에 김이 새었는지 송혜련은 대꾸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내가 대신 입을 열었다.
『군인 집안이에요. 장인되시는 분은 대령으로 예편해서 지금 국방부의 문관으로 무슨 자문위원의 일을 하시고, 이 사람의 두 오빠는 모두 고급 장교입니다. 한 오빠는 보안사에 근무해요.』
『보안사라고? 여기선 특전대니 보안대니 하면 이를 간다.』
그것은 80년 광주의 봄 때문에 생긴 반감이었다. 어머니는 그 내용을 잘 모른 채 주위의 분위기를 말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엄마, 뭘 그래요. 나도 보안사 전산실 출신이잖아요. 아들부터 그곳 출신인데 미워할 거예요?』
『내가 언제 미워했나? 그렇다는 것이디.』
어느 특정한 조직이나 하부 구조는 별로 문제될 것이 없었다. 군부 권력의 오류가 있었다면, 그것은 몇몇 정치 군인들의 권력욕에서 생성된 파행적 결과였다. 한 시대를 살아오면서 그 하수인이 되었던가 자문해 볼 때가 있지만, 직접적인 일을 한 기억은 없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서 내가 무관한 입장은 아니었다. 내가 개발한 통신 감청 프로그램을 정치인들과 민주 인사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사용했다면 그것 또한 죄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자는 그 기술이 선하게 사용되기를 바라며, 그러한 순수한 목적만이 존재할 뿐이다. 아인슈타인 역시 상대성 원리가 인류에 이바지하기를 바랐지, 그것이 원자폭탄의 이론이 되어 인간을 살육하는 무기가 될 것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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