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섭 쉐르파 사장
올들어 국내 재벌기업들이 앞다퉈 인터넷을 주력 사업으로 꼽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인터넷 관련 산업의 발전이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산업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물론 중소·벤처 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까지 계열사를 앞세워 인터넷 사업을 차세대 산업으로 경쟁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것에서도 증명된다.
그렇다면 대기업 인터넷사업부와 중소·벤처 기업의 인터넷 사업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 일반적으로 국내 산업 환경은 대기업에 의한 「규모의 경제」가 상당히 유리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21세기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도 과연 그러한가. 섣부른 결론일지 모르지만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대기업 소속의 인터넷사업부가 오히려 사업 기획에 있어서 벤처기업보다 불리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업에서는 「후크이펙트(Hooked Effect)」라는 것이 존재한다. 후크이펙트란 규모의 경제를 위해 확장한 각 계열사의 사업이 이미 여타 대기업과의 경쟁관계를 초래함으로써 오히려 인터넷 사업의 걸림돌이 된다는 이론이다.
이는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별 경쟁관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경쟁사의 제품은 물론 경쟁사의 서비스를 멀리 하는 것이 관례다. 예를들어 LG그룹 계열사로 소속된 데이콤이 사이버 무역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면 삼성물산 역시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 또 현대는 물론 SK도 상호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데이콤의 프로그램을 멀리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실제로 삼성이나 한솔의 쇼핑몰이 데이콤의 시스템보다는 이니시스 등 중소 벤처기업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현실에서 증명되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포털 사이트 다음으로 방문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증권정보 사이트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 계열 증권사의 경우 그 폐쇄성으로 인해 타 경쟁 증권사 사이트를 상호 링크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은 정보의 유연성이 필수조건이다. 이로 인해 상호교환 링크가 불가피한 데도 불구하고 각 증권사 홈페이지는 폐쇄적이다. 상호링크는 물론이고 정보의 포털화까지 어렵게 된다. 그런 점에서 다수의 증권정보 사이트가 전문 증권사 홈페이지보다 의외로 방문자가 많다는 사실은 당연할 것이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증권 관련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증권사 홈페이지가 10위권을 싹쓸이 했으나 최근에는 증권사 홈페이지가 접속건수에서 모두 2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벤처기업 증권정보 사이트가 오히려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삼성·SK·LG 등 인터넷사업부에서 금융상품 포털 사이트를 올 상반기 내에 만들겠다고까지 선언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후크이펙트 때문이다. 즉, 삼성 보험사업부가 보험상품 포털을 만들 경우 현대·LG 등이 참여하지 못하게 되고 SK 인터넷사업부에서 펀드매니저간 증권 수익률 게임을 할 경우 여타 증권사가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벤처기업들이 각 증권사 매니저간 사이버 수익률 게임을 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을 가르지 않는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대기업들이 인터넷사업부를 기획실 내 하나의 사업부 내지는 사업팀으로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제는 대기업도 인터넷사업부를 독립시킬 때가 왔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어느 기업에도 유리하거나 불리할 것은 없다. 그러나 후크이펙트가 존재하는 한 인터넷 사업이 모기업의 한 사업부로 남아있는 한 점점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후크이펙트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서버와 클라이언트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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