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초의 네티즌, 90년대 말의 N세대를 아우르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이버티즌(Cybertizen).
사이버티즌은 전자공간상의 생활자로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는 시민이란 뜻을 함축하고 있다. 이 말은 네티즌과 N세대라는 용어가 제3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인터넷 이용자들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근 급속히 부각되고 있는 신조어다.
네티즌이란 용어는 지난 93년 컬럼비아대학 학부생이었던 마이켈 하우벤이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논문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 말은 인터넷과 사이버공간이 활성화되기 이전에 국경을 초월하여 네트워크로 전자우편을 교환하거나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하드웨어 숙련자로서의 컴퓨터 활용계층을 포괄적으로 지칭했던 용어다.
하지만 사이버세계는 현실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어 네티즌이란 말은 전자공간상의 시민이란 뜻을 함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N세대 역시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10대 젊은이를 지칭하는 말로 사이버공간의 시민이라는 의미를 담아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산업화 과정을 통해 국민이나 시민이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 자리잡았다면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네티즌 혹은 N세대 등으로 불리는 세대가 부각됐다.
지식기반사회의 도래와 함께 사이버티즌은 시민과 네티즌을 모두 아우르는 제3의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이버티즌은 컴퓨터 스위치를 켜면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고 하루의 업무를 마무리하는 네트워크상의 거주자이면서 생활자다.
그들은 통신·생산·유통 등 대부분의 일상활동과 경제행위를 네트워크상에서 해결하면서 국가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새로운 엘리트 파워계층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날의 사이버티즌은 20세기 소비자 대중으로서의 시민과는 달라서 정보의 일방적인 수용자로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정보를 검색·평가하거나 창조 혹은 발산한다.
과거 일방적인 단방향식 광고와 홍보로는 사이버티즌에 파고들 수 없다. 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양방향적이고 상호간의 접촉을 끌어낼 수 있는 광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최근 들어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개별고객의 데이터베이스(DB) 분석을 통한 원투원 마케팅, 인터넷 이용자를 참여시키는 각종 이벤트 등이 활기를 보이고 있는 것도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이버티즌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련의 노력으로 분석된다.
90년초에는 컴퓨터망이란 일부 전문가 혹은 특정계층의 전유물로서 폐쇄적 공간이었다.
그러나 수억의 인구와 수백만개의 웹사이트를 포용하는 미래의 인터넷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예가 디지털 경제다. 이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바로 사이버티즌이다.
사이버공간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 파는 디지털 경제는 실물 경제를 잇는 하나의 축으로 현재 발전하고 있다.
지난 세기 디지털 경제는 세계적으로 국민총생산(GN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 내외에 머물렀지만 앞으로 5년 후에는 전세계 GNP의 80%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앞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경제의 주축이 될 사이버티즌은 가상공간과 실물세계를 넘나들면서 전자상거래·인터넷 비즈니스 등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사이버티즌은 인터넷과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공급받고 이를 가공하거나 상품화하는 등 정보를 기반으로 삶의 질을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버티즌은 또 가상공간은 물론 현실사회에서 여론을 이끄는 주도층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이는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자유분방하게 형성된 사이버여론이 여론 주도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보수적인 정치권에서도 사이버여론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시민단체연합이 국정감사 등에서 의원들의 활동 결과를 웹사이트로 공개하고 있으며 정치증권 사이트 「포스닥」에서는 정치인의 의정활동을 계량화해 평가하는 등 정치무대를 사이버공간으로 옮기려는 시도도 사이버티즌의 건전한 활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티즌이 가상세계를 통해 경제적 풍요와 사회적 안정을 향상시키고 있는데 반해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계층에서는 지금보다 삶의 질이 더욱 추락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예로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발간한 조사보고서인 「디지털 불평등(Digital Divide)」을 들고 있다.
디지털 불평등이란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하는 계층이 그렇지 못한 계층에 비해 경제적으로 더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률이 소득 수준에 따라 과거 3년전보다 더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사이버티즌과 그렇지 못한 계층간의 격차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미국인 중 연간소득이 7만5000달러 이상인 가구의 인터넷 이용률은 49.2%로 1만달러 이하 저소득층의 13.9%보다 3배가 넘는다. 인종별로도 백인가구의 인터넷 이용률이 21.2%로 흑인가구의 7.7%와 중남미 계통의 8.7%를 크게 앞질렀다.
이처럼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사이버티즌과 그렇지 못한 계층간의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분야에서 초고속인터넷망의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하며 특히 통신요금 인하, 빈민층에 대한 정보화 지원정책 확대, 각급 학교·도서관의 초고속망 구축 사업 등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함께 사이버티즌의 정치·경제·문화를 이끄는 또 하나의 세력으로 발전하고 있는 단계에서 이들이 보다 생산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적절한 법체계 정비도 불가결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하원규 정보기반연구팀장은 『정보처리의 자유와 신뢰, 정보의 재산권과 우선권, 정보 관리와 프라이버시 등을 제어하는 법률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사이버상에서 복제, 암호화에 관한 자유 및 제한에 관한 법체계가 새롭게 정립돼야 사이버티즌이 보다 성숙한 사이버시민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혁준기자 ju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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