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인터넷혁명이 전세계 산업지도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인터넷혁명의 시발점이 전자상거래(EC)인 만큼 이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먼저 잡느냐에 따라 기업은 물론 국가간 명암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C란 정부·기업·개인 등의 경제주체들이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거래활동을 말하며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모든 거래방식으로도 정의한다. 세계 EC상거래 시장규모는 97년 260억달러에서 오는 2005년에는 1조달러로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급성장, EC 거래규모가 전세계 교역규모의 1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OECD보고서는 전망했다.
이처럼 EC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은 재고·유통 비용 등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극복한 새로운 시장과 사업기회를 창출해 경제전반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산업 전반에 걸쳐 크게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거래명세를 컴퓨터로 기록, 관리함으로써 경제활동의 투명성을 향상할 수 있다는 점도 EC시장 확대의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EC 사업영역은 경제주체의 관계에 따라 크게 「기업 대 소비자 거래(B to C)」와 「기업 대 기업 거래(B to B)」로 구분한다. 초기에는 쇼핑몰 등 B to C가 주류를 이루겠지만 점차 B to B로 확산되면서 오는 2002년쯤에는 B to B 시장이 B to C 시장보다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우리나라 EC 시장규모 역시 조사기관과 측정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99년말 시장규모가 800억원에서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쇼핑몰 수는 600여개로 아직까지 시장형성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C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통신판매업이 발전돼 있는 미국, EU 등 선진국에 비해 EC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탓이다. 따라서 통신시설, 보안기술, 법·제도 같은 인프라만 어느 정도 뒷받침되면 연평균 100%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사실 국내 인터넷쇼핑몰은 높은 물류비용, 미흡한 마케팅력, 상품 특성화와 신뢰성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취약한 인프라다.
미국은 기본 인프라가 마련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인터넷쇼핑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렇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쇼핑몰 구축 프로그램인 머천트솔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쇼핑몰 보급확산을 위해 성능 좋고 값싼 패키지 상품을 내놓아도 중소기업과 소호사업자들이 선뜻 쇼핑몰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서버구축과 전용선 확보 등 따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며 미흡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EC 인프라의 현주소를 토로했다.
실제로 실질적인 소비주체인 여성들이 제대로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다수 여성들이 가정에서 PC를 사용하는데 현재 일반 가정에 제공되는 통신망의 속도가 33.6∼56Kbps 수준에 불과해 동영상 등 충분한 상품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EC시스템 해킹으로 인한 정보 위조, 변조, 시스템 마비, 개인정보 유출 등 쇼핑몰 이용자들이 불안감을 갖고 있는 부문에 대한 보안대책이 미흡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소액결제에 대한 적합한 다양한 전자지불 수단이 부족하고 구매제품에 대한 환불·교환·보증 등 소비자 권리 보장제도가 취약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B to B 부문으로 넘어가면 인프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기업간 경쟁의식으로 인해 동종업체 사이에도 정보시스템 표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데다 무자료거래 관행으로 기업들이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EC 도입에 거부감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인터넷 이용률이 30% 수준을 밑도는 등 기업간 전자적 자료교환과 공유를 위한 정보 인프라 환경은 거의 바닥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 실정에 맞는 저렴한 전사적자원관리(ERP) 패키지가 부족하고 컨설팅 비용이 비싸 EC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ERP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전자적 자료교환(EDI) 등을 이용한 정보서비스가 개발됐지만 법,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보급, 확산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조달요청, 입찰, 낙찰, 계약 등 정부조달 전과정의 전자화를 위한 관련 법, 제도 정비가 무엇보다도 우선시돼야 한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EC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적, 제도적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는 판단 아래 98년부터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등 각 부처를 통해 정책마련과 더불어 관련 법, 제도 정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자부가 EC정책을 총괄하면서 전자상거래지원센터(ECRC)를 지정했고 정통부도 EC기반 구축과 관련 요소기술 개발에 주력했으며 외교통상부와 재경부도 EC 무관세화와 내국세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등 EC관련 각 부처가 나름내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99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전자거래기본법(산업자원부)과 전자서명법(정보통신부), 법제화 진행중인 자금이체법(재정경제부) 등 EC기본 3법이 마련되면서 법적 인프라 구축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아울러 전통적인 상거래와 차별되는 새로운 과세금지와 EC도입 기업에 대한 세제상의 지원방안 차원에서 EC매출 근거가 명확한 경우에 한해 부가가치세율 인하를 검토하고 수요기반 확충을 위해 PC통신 및 인터넷 통신 요금의 부가가치세 감면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2003년까지 기술개발과 표준화 등 EC 인프라 기반 조성, 공공조달 업무 전산화, 업종별 CALS 도입 등을 위해 정보화 촉진기금 등을 통해 1500억원 정도를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효율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EC, CALS, ERP, 동시공학 등 4개 분야로 분류, 상품검색, 전자상점 등 2002년까지 총 43개의 요소기술을 개발하기로 하고 이 가운데 우선 EC공용 플랫폼 등 6개 기술을 연내 개발해 민간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기술 및 시장 동향을 반영한 민간주도의 표준채택과 이용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산·학·연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EC표준화협의체」를 구성, 문서형식(SGML XML), EDI, 상품 카탈로그 등 표준화가 시급한 분야의 표준을 우선적으로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법적 제도적 인프라 마련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인터넷 사용환경 인프라 확충을 위해 2002년까지 10조4000억원을 투입해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구축, 1.5·2Mbps급 고속 서비스를 저렴한 요금에 제공하고 전국 144개 시내통화권역을 연결하는 고속 대용량 기간전송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가입자망은 경제성과 환경 등을 고려해 광케이블, ISDN, 케이블TV망, 디지털가입자망(xDSL), 무선망, 위성망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축하고 인터넷 기간전송망도 주요 도시 구간은 45Mbps에서 155Mbps로, 서울, 부산, 광주 등 대도시 구간은 622Mbps로 고속화할 예정이다.
인터넷 보급 확산을 위해 정액제, 선택요금제, 종량제 등 이용자의 특성과 필요에 부합한 다양한 통신요금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우선 xDSL, 케이블TV망, WLL 등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및 일반전화 요금의 정액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EC활성화 차원에서 법·제도 정비와 인터넷 사용환경 개선 등 인프라 확충에 애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선진국 수준에는 못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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