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엔씨테크의 박한서 사장(35)은 지난 4월 세계 최초라고 자부하는 MP3 인코더칩을 개발했다. 빌딩 옥탑 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1년4개월여만에 완성한 제품이다. 컴퓨터 없이도 모든 종류의 음향을 MP3 파일로 만들어 주는 칩이다. 재생만 가능했던 MP3 플레이어가 이 칩을 장착함으로써 실시간 녹음기능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워크맨이 CD플레이어나 MD플레이어에 비해 음질에서 형편없는 데도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녹음기능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녹음기능은 거의 쓰지도 않으면서 녹음기능이 없으면 바보제품 취급을 하거든요.』
박 사장은 이번 칩 개발로 MP3 플레이어도 PC의 주변기기 정도의 대접에서 벗어나 당당히 가전제품의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름도 없는 벤처기업이 만든 기술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더군요. 그렇게 좋은 기술이면 왜 세계적인 기업들이 안만들었겠느냐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했지요.』
박 사장은 참담함 때문에 죽음까지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결국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MP3플레이어 시제품을 직접 만들었고 직원들의 쌈짓돈까지 걷어 지난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99추계컴덱스로 달려갔다. 외국에서의 반응은 박 사장 스스로도 놀랄 만큼 뜨거웠다.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곳은 세계 최고의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
WMT라는 자체 표준으로 디지털 미디어 표준을 장악할 야심을 갖고 있는 MS가 데모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던 것이다. MS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엔지니어들을 한국에 파견, 실사를 하더니 준비할 틈도 없이 계약을 하자고 달려들었다. 박 사장은 지난 18일 WMT기반의 인코더칩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공급계약과 함께 세계시장 판권을 넘겨받았다.
박 사장은 『벤처기업은 솔루션 개발에 전념해야지 제조에 손을 대면 안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MP3 플레이어 완제품 개발은 그 분야의 전문기업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내기업이 외면을 하니 이번에도 외국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조만간 그는 세계 굴지의 오디오기기 업체와 기술공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상대업체가 더 적극적이다.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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