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과 설록차」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기술과사람들의 류호천 사장은 사무실을 찾는 손님들에게 사업계획서 대신 따듯한 차 한 잔을 먼저 대접한다. 그의 사무실 한 켠에는 창호지문을 열고 들어서면 질박한 다기세트가 보이는 작은 방이 하나 있다. 그곳에서 손수 찻물을 준비하고 잔을 데우고 정성스럽게 우려낸 차를 따른다.
『요즘엔 속도가 마치 최고의 미덕이 돼버린 것 같습니다. 차 한 잔의 여유를 잃어버리기 쉽죠. 하지만 정보사회로 갈수록 사람들은 설록차처럼 그윽한 향기를 그리워하게 될 겁니다. 제가 앞으로 하려는 인터넷 사업도 결국엔 첨단기술 네트워크에 문화의 향기를 불어넣는 작업이 될 겁니다.』
류 사장이 이끄는 기술과사람들은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전문기획사다. 그는 얼마 전 강제규필름, 드림위즈와 공동으로 영화포털사이트 「케이시네마(www.Kcinema.dreamwiz.com)」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의 영화사이트는 작품홍보나 회사소개에 그쳤지만 케이시네마는 「관객과 영화사가 온라인으로 인터액티브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류 사장의 설명이다. 네티즌들은 이곳에 들어가 시나리오 공모에 작품을 내거나 어떤 배우를 캐스팅할 것인지 설문조사에 참가한다. 마음에 드는 영화가 있다면 시네마에인절 클럽에 가입해 투자도 한다. 사이버영화제나 시네마 아카데미에도 참가할 수 있다.
충무로에서도 「쉬리」의 강제규 감독이 가진 힘있는 브랜드와 이찬진 사장의 기술력, 그리고 류 사장의 아이디어가 만났다는 점에서 케이시네마를 주목하고 있다.
류 사장은 케이시네마 외에도 신개념 포털 「CM클럽(www.thecmclub.com)」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CM클럽은 각계각층의 30∼40대 인사들로 구성된 인터넷 사교클럽이다. 세미나, 교양강좌, 스포츠, 동호회, 컨설팅, 이벤트 등 온라인 포털을 오프라인 활동과 연결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경영자로서의 류 사장은 다도(茶道)에 빠져 옛 풍류를 즐길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침까지 뜬 눈으로 새우고 사업파트너에게 전화를 걸 정도로 추진력이 넘치는 eCEO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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