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영상.음반 메이저 상륙 10년

 국내 영상·문화산업 분야에서 외국 메이저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국내 영상산업은 88년 미국의 시장 개방 압력으로 빗장이 풀렸다. 이후 영상산업은 이른바 5대 영화 메이저라 불리는 외국기업들의 격전장으로 바뀌었다. CIC에 이어 워너브러더스·콜럼비아트라이스타·20세기폭스·월트디즈니 등이 한국에 잇따라 상륙했고 이에 뒤질세라 유니버설뮤직 등 5대 음반 메이저들도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영상시장 개방 1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역할과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들의 「업적」에 대해 긍정론과 부정론이 교차하고 있다. 시장 개방 이후 만 10년. 외국 메이저들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해 본다.

편집자

영화.비디오

 CIC·20세기폭스·워너브러더스·콜럼비아트라이스타·브에나비스타 등 이른바 외국 영화 비디오 5대 메이저들이 지난 96년부터 3년간 본국에 송금한 로열티 총액은 85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세기폭스는 작년 IMF 관리체제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 전년에 비해 무려 3배 이상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여 본사에 송금했다. 사정은 다른 영화 메이저들도 마찬가지다. 산업계는 이들 메이저사 수입의 55% 정도가 로열티로 빠져 나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들의 본사 송금행위를 「산업자금 유출」로 보기도 한다.

 메이저사들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메이저사들이 △밀어내기식 영업 △미니멈 개런티 전략 △사행심을 조장하는 경품행사 등을 통해 영역을 확장해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외국 메이저들의 국내 시장 진출은 우리 영화 비디오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계기도 됐다. 낙후한 영상산업분야의 유통을 보다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바꿔 놓았다는 지적이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영화 비디오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격상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 메이저사의 공이 컸다. 업체간에 경쟁을 유도, 적지 않은 동기부여를 해주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우리 영화 비디오가 시장 개방후 3∼4년이 경과하면서부터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직배사들의 진출을 「문화 침탈」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람도 많다. 공교롭게도 이들 5대 메이저들의 책임을 맡고 있는 대표자들이 한결같이 한국인이라는 점도 부정적인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외국 메이저사들의 고차원적인 전략으로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외국 메이저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초래한 병폐중 하나는 이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했지 장기적으로 국내 문화산업의 토양을 견실하게 가꾸겠다는 전략이 부재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니멈 개런티(MG)」다. 일례로 워너브러더스가 비디오 유통사인 스타맥스를 통해 공급한 「매트릭스」의 MG가 10만장이었다는 것만 봐도 이들 메이저들이 얼마나 단기적인 이윤추구에 혈안이 돼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매트릭스」는 11만여장이 판매돼 「MG 악령」에서는 벗어났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스타맥스가 브에나비스타와 유통 계약 만료시 떠안은 재고물량이 10억원을 넘어섰다는 후문도 알고 보면 「MG」때문이었다.

 현재 외국 비디오 메이저들이 국내 유통사들에게 주고 있는 유통 마진율은 대략 14.5∼16%선. 운영비·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유통사에 돌아가는 마진율은 고작 4%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유통사들은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기는커녕 기존 조직을 운영하는데도 허덕이는 양상이다. 특히 흥행에 실패하면 4%는 고사하고 막대한 손해를 봐야 한다.

 「지급보증」 문제도 국내 업체들이 자주 지적하는 불만중 하나다.

 실제로 워너브러더스와 프로 테이프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스타맥스의 지급보증액이 40억원이고, 브에나비스타와 계약을 맺고 있는 영유통은 30억원이었다는 설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이저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해야지 지금과 같은 행태를 계속한다면 국내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음반

 외국 음반메이저들의 국내 진출 및 그 역할에 대한 음반업계의 평가는 대다수 「긍정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88년 EMI뮤직이 국내에 처음 진출할 당시만해도 이들과 라이선스계약을 맺어 판매 대행을 해오던 일부 음반사들을 중심으로 「문화종속」 「산업침탈」이란 반대의 목소리가 거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이들 메이저들의 「투명 경영 방침」에 힘입어 국내 음반업체들도 기존의 주먹구구식 제작 관행과 무자료 거래 습성을 타파하고 마케팅 개념 및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등 도움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당시 카세트테이프나 LP 위주였던 음반매체를 디지털매체인 CD로 전환해 안정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음반제작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음반기획­제작­유통의 삼각구도를 정립해 산업으로서의 근간을 마련한 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공적이라는 게 음반메이저들의 자체 평가다.

 이외에도 국제음반산업연맹(IFPI) 등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국제기구가 국내에도 설립됐고 활발한 불법음반 퇴치운동으로 한국 음반산업의 위상 제고에도 일익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탕이 돼 외국 아티스트들의 국내 공연도 가능해졌고 문화산업적인 토양이 풍부해졌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메이저들의 「긍정적 역할론」에 반해 「부정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음반당 25∼30%에 달하는 로열티는 여전히 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국내 음반기획사들은 음반메이저들이 로컬시장에 뛰어들면서 과당경쟁으로 가수들의 몸값만 천정부지로 올려놓았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음반메이저들을 향한 비판은 그들이 국내 산업 투자에 너무 인색하다는 데 모아지고 있다. 이를테면 가수 발굴 및 해외 진출 연계, 신보 기획 등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하는 부문에는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음반메이저들은 나름대로 이유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 국내 음반제작 관행이 제작비보다 홍보비가 더 많이 드는 파행적 구조여서 본사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가요음반을 내려면 중간에 기획 제작자를 세우는 PD메이커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들 음반메이저들의 국내 음반시장에서의 역할은 지난 10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어서 국내 음반업체 관계자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이들 메이저들이 본사 차원에서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음악컨소시엄(SDMI)이 특히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경없는 인터넷 시대에 발맞춰 최첨단의 디지털음악매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음반메이저들도 차세대 음악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는 국내에 진출해 있는 음반메이저 한국 지사들의 위상 및 역할에도 큰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처럼 단순히 본사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국내에 소개, 발매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그치지 않고 현지화 정책을 내세워 자신의 입지와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본사와 연계해 디지털 음악서비스 사이트를 구축하고 로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 신인가수를 발굴하거나 한국음반협회 가입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음반메이저들이 각국의 지사를 최대한 가동하고 전세계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시점이 되면 한국에 진출해 있는 이들의 역할은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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