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루넷의 나스닥 상장

 두루넷이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에 직상장된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27일 나스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 신청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접수시켰던 두루넷은 이달 초 동남아에서 시작한 로드쇼를 17일 미국에서 마무리하고 한국시각으로 18일 새벽부터 첫 거래를 시작한다고 한다.

 나스닥에 한국기업이 상장됐다는 것은 한국기업의 대외 위상제고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해외 유수의 IT기업들이 활약중인 나스닥은 전세계 벤처기업들에 「꿈의 무대」로 통한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첨단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나스닥에 잔류하고 있을 정도다.

 두루넷은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등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한국적 상황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나스닥 상장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나스닥에 등록되면 일단 자금조달 면에서 유리하다. 이자 등을 지불해야 하는 회사채 발행과는 달리 직접적인 금융비용 부담이 없다. 또한 투자가들에게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이라는 측면을 널리 알릴 수도 있다. 가장 유리한 효과는 등록과정을 통해 해외 금융시장의 흐름을 익힐 수 있어 세계화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국내 벤처기업들은 현재 나스닥 상장을 대거 추진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하나로통신·데이콤·미래산업 등 10여곳에 달하고 있다. 우리 벤처기업들의 실력이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반증이라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두루넷의 나스닥 직상장으로 우리 벤처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나스닥 상장 러시를 이루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부 벤처기업들은 최근 무분별한 벤처투자가의 영향을 받아 그렇겠지만 기술개발 등 실력을 배양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 파이낸싱에 주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스닥 상장사는 우리나라에서는 공개할 필요가 없었던 많은 부분을 알려야 함은 물론 허술하게 공시해서도 안된다. 주요 자산의 인수 및 매각, 회계회사 및 재무상태의 변화 등에 대해 미국법인과 마찬가지로 회계연도중 발생한 주요 변화를 일일이 보고해야 한다.

 그리고 회계처리 또한 우리나라의 회계기준에서 벗어나 미국 회계원칙인 US갭(GAAP)에 의거해야 한다. 특히 대주주의 경우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경우 소액주주 소송권이 발달돼 있어 소액주주의 집단소송이 빈번하게 발생해 이에 휘말릴 경우 회사경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이번 두루넷의 경우 한국과 미국간의 세법 등 이질적인 경영 및 재무상황으로 인해 애를 먹었고, 게다가 IMF 이후 일부 한국기업들이 투명하지 못한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한 탓에 해외 투자가들을 상대로 이를 불식시키기가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무분별하게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다가 자격미달 판정을 받을 경우 상장비용도 많이 들지만 한국기업의 신뢰도 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국내기업들이 충분한 검토없이 요행심으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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