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프린터로 섬유원단 직접 출력 "디지털 날염기법" 확산

 대형 프린터로 종이 대신 섬유원단을 직접 출력하는 디지털 날염기법이 국내외 섬유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염색기술의 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 날염기법은 지난 96년부터 국내에 소개됐지만 프린터 내부에서 구겨지지 않는 특수원단만을 사용할 수 있는데다 1㎡당 출력비용이 3만∼4만원에 달하는 등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샘플용 의류제작에만 일부 활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특수원단 대신 일반 섬유소재도 출력가능한 대형 제품이 속속 개발되면서 「프린터로 옷감을 뽑아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원단에 디자인을 염색하려면 색상 수에 따라 스크린판을 만드는 제판과정이 필수적이나 디지털 날염기법은 프린터 출력만으로 염색공정을 끝내기 때문에 아무리 복잡한 형태의 원단 디자인도 즉시 재현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한 이 기술을 도입할 경우 그동안 섬유소재에서 구현하기 힘들었던 중간색조도 자유롭게 출력할 수 있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섬유선진국과의 디자인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현재 시판중인 텍스타일(섬유) 전용 프린터는 미마키, 엔캐드 등 외국 대형프린터 전문업체의 고가 제품밖에 없으나 국내 중소기업인 동열전사시스템(대표 최동열)이 1.8m 규격 원단출력이 가능한 보급형프린터를 다음달초 출시할 계획이어서 국내 섬유업계의 디지털 날염기술 도입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일본 미마키사의 텍스타일 프린터 「TX1600S」 기종은 시간당 출력속도가 5m 정도 불과하지만 넥타이, 스카프 등 소량 다품종으로 판매되는 의류제작에 적합해 현재 유럽과 미주지역의 유명의류업체에 400여대 판매됐으며 국내에도 보급대수가 증가하면서 섬유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텍스타일 프린터 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디지털 날염기술의 진화속도로 볼 때 3∼4년 안에 시간당 300m급 출력이 가능한 프린터가 등장해 스크린판을 이용한 기존 염색공정을 대체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원하는 디자인의 옷감을 가정에서 만들어 입는 새로운 의류관련 시장이 필연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디지털 날염기술 확산으로 해외 유명패션쇼에서 선보인 최신 디자인이 국내 의류상가에서 「재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주일 이상에서 반나절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대문 의류상가의 한 디자인전문가는 『지구 반대편에서 등장한 새로운 패션을 스캐너로 전송, 실시간 카피하는 기술이 보편화할 경우 국가간 디자인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