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육성정책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까지 벤처정책이 각 부처에서 다양하게 제시되다보니 전략의 방향성·집중성·연계성이 명확치 않아 혼란을 주고 있고 이것이 비판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산업자원부가 최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한 중소·벤처기업 육성방안은 2002년까지 국가 산업정책의 중심을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두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재벌개혁으로 생길 경제 활성화 주체의 공백을 자생력 강한 중소·벤처기업 육성으로 메워보겠다는 것이어서 시기적으로도 매우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의 벤처기업 지원책을 일부 보완해서 마련한 이 육성방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무르익고 있는 창업열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창업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벤처기업 성장기반 강화 차원에서 자금지원 방식을 기존의 융자 위주에서 투자 위주로 전환하며 기존 중소기업들의 전문화·대형화를 유도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산업구조를 △초일류 전문 대기업 △기술집약적인 중소·벤처기업 △선진 경영의 외국인투자기업 등 3각체제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이번 육성방안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정부가 앞으로 3년간 서울 등 7대 도시의 창업기업 수를 10만개 이상으로 잡고 이들이 코스닥 시장에 등록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이다.
물론 최근 창업기업 급증 추세를 감안한 것이지만 창업 인프라 체계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대기중인 창업 예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창업보육센터를 현재 30개에서 450개로 대폭 확충하고 대학교수 등이 창업한 기업에 종사하는 박사과정 대학원생에 대해 병역특례 대상이 되도록 한 것 등을 볼 때 현실을 반영한 적절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그간 벤처지원정책은 산업구조 고도화, 경쟁력 강화, 고용창출의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최근에 와서는 벤처창업을 통한 고용증대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벤처는 지식 및 기술집약적이며 실패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용창출 지속효과가 낮다.
따라서 벤처기업의 고용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창업기업의 숫자를 늘리기보다 성공 벤처에 의한 지속적 고용효과와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에 기대를 갖게 한다. 또 벤처기업 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자금공급을 투자지원 부문으로 대폭 늘린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는 그동안 이루어진 벤처자금 지원이 상당히 비효율적이었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져 이제 창업 단계보다 자립 단계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동안의 중소·벤처기업 대책이 소리만 컸지 실질적인 알맹이가 없고 금융기관 등의 협조가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선 대학교수 등이 창업한 기업을 병역특례 대상 기업에 포함시켜 박사과정의 대학원생들에게 병역특혜를 주는 방안이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 전용 수익증권 신설도 투신사나 증권사의 자율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특히 이번 육성방안에는 부처간 조율이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 자금지원 방안에 정통부가 추진중인 벤처펀드가 제외돼 있고 기술이전센터 설립을 추진키로 한 것도 중진공의 기술거래소나 과기부가 추진중인 기술이전 촉진방안과의 조율이 남아 있는 사안이다.
벤처육성은 어느 특정 부처만의 정책이 아니라 국가전략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만큼 정책 부처간 유기적 협력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벤처정책을 조정하고 상호연관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평가 및 조정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정부 주도적인 벤처정책이 가진 문제점이 있으나 현재의 시장기능만으로 벤처기업 발전을 도모하기는 어렵다. 아직 인프라가 취약한 상태에서 직접 지원에 의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적인 정책수행을 위해서는 명확한 실태분석에 입각한 정책을 수립, 실시 및 평가할 수 있는 기능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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