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기본법" 제정 놓고 당정 갈등 심화

　과학기술 관련법에 우선해 적용될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을 놓고 법제정을 추진중인 새정치국민회의와 과학기술부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3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새정치국민회의는 지난해 유보한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키로 하고 최근 당내 과학기술법령정비기획단을 중심으로 「과학기술기본법(안)」을 마련, 자체 법제정위원회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 내달 초 공청회를 거쳐 이번 정기국회에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키로 했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는 최근 김성곤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과학기술특별위원회를 당내에 설치, 과학기술기본법 등 과학기술 관련 법령 제·개정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국민회의가 마련한 과학기술기본법(안)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의 설치근거를 마련하고 특히 국과위의 간사부처를 과기부로 규정한 기존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과 달리 청와대 내에 두도록 하고 또 현재 과기부가 맡고 있는 사무국 기능도 별도의 중립적인 기구를 신설, 이곳서 맡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 추진 및 산업화 촉진 △인력확보 △과학기술 표준화 △정보화 촉진 △과학기술 예측 △연구기반 확보 △투자재원 확보 등 국가연구개발을 종합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담고 있다.

　법안은 또 정부가 정기적으로 신기술 추세를 예측해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기초로 삼도록 했으며 과학기술진흥기금을 설치하도록 명시했다. 이밖에 정부는 대학의 연구활동 성과를 확산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도록 했으며 민간부문의 기술장려를 위해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과 신산업군 창출을 위한 벤처기업 지원, 육성을 의무화했다. 또 국가는 과학기술자 우대조치를 강구하도록 의무화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과기부는 과학기술기본법의 제정취지에는 찬성하고 있으나 제정시기·방법·내용 등에 있어 국민회의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부는 올해 초 국민회의측이 당정협의를 통해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을 위한 용역사업을 실시키로 해 현재 법제연구원을 통해 용역사업이 진행중인 만큼 결과가 나오는 연말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과기부는 특히 국과위의 간사부처·사무국 기능 등의 법적 근거를 담고 있는 과기특별법이 오는 2002년 8월로 끝나는 한시법이고 국과위가 출범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은 점을 들어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을 2년 이상 유보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과기부는 또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독립과 국과위 사무국의 별도기구화 등의 경우 현상태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정은 지난해에도 과학기술기본법을 의원입법 형태로 제정하려 했다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설치근거를 놓고 대립, 결국 법제정을 1년 유보한 바 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