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지분제한 폐지 합의.. 유선통신 "회오리"

 그간 존폐를 둘러싸고 주요 주주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 법정싸움 일보직전까지 갔던 하나로통신의 7대 주주 합작투자 계약서가 폐기된다. 이에 따라 하나로통신의 대주주들은 자유롭게 보유지분을 매각 혹은 매입할 수 있어 LG·삼성·현대 등이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조만간 분리 독립이 예정된 한국전력 통신망의 향배까지 고려할 경우 국내 유선시장이 대대적인 개편 바람에 휩싸일 전망이다.

 안병엽 정보통신부 차관은 23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데이콤을 비롯한 하나로통신의 7대 주주가 23일 오전 회동, 합작투자 계약서를 폐기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나로통신의 7대 주주는 이 회사가 미국 나스닥 등록을 겨냥, 정관개정 등을 위해 소집하는 10월 1일 임시주총에 앞서 오는 9월 4일자로 주주명부를 폐기하기로 했다.

 안 차관은 『주요 주주간 합작 계약서 존폐를 둘러싼 이견으로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주주들도 있었고 데이콤과 하나로 양사로부터 정부 차원의 관심을 요청받았다』며 『합의에 반대한 주주는 없었으며 하나로의 지분은 시장경쟁 원칙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말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로의 주인이 등장할 것임을 시사했다.

 곽치영 데이콤 사장은 이와 관련해 『이번 합의에 따라 데이콤은 하나로 사장 추천권, 이사회 의장 자격 등 최대 주주(10.73%)의 의무를 포기하는 반면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곽 사장은 『데이콤이 갖고 있는 하나로 지분 가운데 연내에 3∼4%를 시장에 내다 팔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매각 대상기업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제2 시내전화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의 경영권 확보를 겨냥한 재벌기업간의 지분확보 작업이 표면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유무선 그랜드 컨소시엄을 추진중인 LG와 삼성, 통신시장 진출의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는 현대그룹 등 빅3의 각축전이 벌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예측된다.

 하나로통신의 7대 주주 가운데 지분 매각의사를 천명하고 있는 업체는 대우(6.98%), 한전 및 두루넷(각 5.28%) 등이며 이들 지분을 인수하는 기업이 최대 주주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조만간 한국전력에서 분리 독립하게 될 한전의 통신망 전담회사까지 이같은 급류에 휩쓸릴 경우 국내 통신업계의 재편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전망 전담기업은 아직 지분구조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투자비 및 수익구조로 볼 때 독자생존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한전망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하나로통신·LG그룹 등이 어떤 형식으로든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만약 LG가 데이콤에 이어 하나로통신·한전망까지 인수한다면 한국통신을 능가하는 막강한 종합통신사업자가 탄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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