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보인다> 남극 세종기지

 푹푹 찌는 여름날에 남극 세종기지에 살고 있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하면 상상이 아니라 실제 남극 세종기지에 살고 있는 과학자들의 생생한 모습과 이들이 혹한에서 겪고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최근 인공위성을 통해 연결된 세종기지의 홈페이지(http://sari3.kordi.re.kr/∼sejong)는 이 때문에 네티즌들에게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8월 18일 현재 남극의 온도는 영하 1.3도, 체감온도는 영하 19도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혹한의 자연환경에서도 「펭귄은 유유자적하고 있다」고 전한다. 「펭귄마을의 어린 펭귄들 몸집이 제법 커졌다. 요즘 한창 털갈이를 하고 있다. 오늘은 흐리고 한두 차례 비와 눈이 왔다. 어제보다 바람이 세차다.」

 홈페이지 개통의 가장 큰 이점은 월동대원들이 1년 체류기간이 끝나 귀국해야만 볼 수 있던 갖가지 소중한 자료가 수시로 국내의 관련 연구자들에 전해진다는 점이다. 인터넷 개통 이후 세종기지 월동대원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정호성 대장(40)은 『그동안 가장 큰 어려움은 대원들의 심리적 고립감이었는데, 인터넷으로 언제든지 고국 소식을 접하고 가족과 연락할 수 있게 되면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고 설명한다.

 남극은 면적이 12.5×106㎢로 한반도의 60여배에 이르고 약 98%가 빙하로 덮여 있다. 빙하의 평균 두께는 약 2.5㎞고 최고 두꺼운 곳은 4.8㎞에 달한다. 남극의 빙하는 세계 총 담수량의 약 70%에 해당한다. 이 빙하가 모두 녹아 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가면 바다의 높이가 무려 50m 이상 높아진다.

 그러나 강수량은 남극대륙 고원지대의 경우 중국의 사하라 사막보다 적어서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로 우리의 상식과는 무척 다름을 알 수 있다. 또 남극의 빙하는 우리가 늘 접하는 얼음과는 좀 다르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남극은 매년 표층에 눈이 쌓여 점점 두께가 두꺼워지고 쌓인 눈에 의해 압축되어 눈이 얼음으로 변형되면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빙하의 얼음은 사이사이로 공기가 이동할 수 있는 공극 같은 것이 생기게 된다. 세월이 지나면서 위쪽으로 계속 눈이 쌓여 아래쪽의 얼음은 밀도가 높아지게 되고 눈 입자들 사이의 공기는 더 이상 이동하지 못하고 기포로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며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빙하층은 기후에 관한 정보와 함께 눈이 내리던 당시에 대기에 있던 불순물과 얼음의 기포에 함유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 가스(이산화탄소와 메탄) 등을 나이테처럼 층층이 간직하고 있다.

 세종기지는 남극의 킹 조지 섬 맥스웰 만의 동쪽으로 폭 1.2㎞, 길이 4㎞로 작게 발달한 마리안소 만의 해안가에 세워졌다. 파랗다 못해 검은 색을 띠는 바다, 그리고 잿빛 하늘. 마치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한 이 공간에 붉은 색을 띤 기지 건물들이 툭 불거져 있다.

 월동대는 대장, 총무, 연구원(3), 연구조원, 전자통신, 발전, 전기, 설비(2), 중장비, 조리, 의사 등으로 구성된다. 이는 외부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이라 할 수 있다. 경제난 여파가 이곳에도 미쳐 올해는 예년보다 한 명이 적은 14명의 대원이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은 세종기지의 불빛을 보며 「우리말고도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는다고 한다. 매일 저녁 두 사람의 당직자가 야간 근무를 선다. 발전실 당직자는 기지의 모든 동력을 제공하는 발전기 등 주요 시설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통신실 당직자는 건물 순찰과 함께 비상시에 대비한 기지 안팎의 통신을 관장한다. 13개월 동안 일정한 리듬이 반복되는 기지 생활 속에서 월동대원들에게는 극도로 절제된 자신과의 싸움이 요구된다. 「행복은 우리들 마음 안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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