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 크기의 메모리카드가 팜톱PC, 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 휴대기기 전반으로 응용범위를 넓혀 나가면서 관련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휴대폰이나 MP3플레이어 등에도 채택되기 시작해 가정용 디지털 기기간의 데이터 이동 및 저장이 쉬어져 가전제품의 디지털화와 네트워크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처럼 메모리카드의 사용범위가 넓어지고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시장 평정을 노린 반도체 업체들의 규격경쟁도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카드는 쉽게 플래시메모리를 사용한 디지털 데이터 기억장치라고 할 수 있다. 플래시메모리는 일반적인 반도체 메모리(D램)와는 달리 약간 높은 전압을 가함으로써 내용을 고쳐 넣을 수 있는 반도체다.
플래시메모리의 사용이 일반화된 것은 PC용 PCMCIA카드(PC카드)가 보급되면서부터. 특히 플로피디스크(FD)를 장착하지 않은 노트북PC나 서브 노트북PC에서 FD대신 착탈식 보조기억장치로 이용돼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디지털카메라에 새로운 시장이 등장했다. 원래 디지털카메라의 촬영 데이터는 내장한 메모리에 저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사용이 간편한 착탈식 메모리카드를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지난 95년에는 새로운 소형 메모리카드 규격이 등장했다.
이 분야에 가장 먼저 뛰어든 업체는 PC카드용 메모리카드 생산업체인 미국의 샌디스크. 샌디스크는 「콤팩트플래시」라는 새로운 규격을 개발하고 NEC, 캐논, 엡슨 등 일본 업체를 포함한 12개사의 동참을 얻어 표준화를 추진했다. 콤팩트플래시는 코닥 및 카시오계산기의 디지털카메라에 잇따라 채택되면서 단숨에 메모리카드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콤팩트플래시의 등장이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콤팩트플래시가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도시바도 관련 업체와 함께 「스마트미디어」라는 새로운 규격의 메모리카드를 개발하고 추격에 나섰다.
스마트미디어는 콤팩트플래시와는 반대 상황으로 개발된 상품이다. 콤팩트플래시는 업계의 표준 인터페이스를 채택하고 카드 내부에 기억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한 전용 마이크로컨트롤러를 탑재하는 등 시스템으로써의 기능을 갖게 한 반면 스마트미디어는 기능을 단순화해 소형·저가격화에 초점을 맞췄다.
스마트미디어는 두께가 콤팩트플래시의 4분의 1 수준인 0.76㎜이며 가격도 50% 수준이다.
스마트미디어는 이같은 특징에 힘입어 97년 이후 빠른 속도로 시장을 넓혀 나가기 시작했다. 일본 후지사진필름, 올림퍼스광학공업 등이 디지털카메라에 스마트미디어를 탑재하면서 결국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역전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의 AV업체인 일본 소니가 독자적인 규격인 「메모리스틱」을 개발,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메모리스틱은 카드라기보다는 폭을 좁힌 막대 모양의 외형을 한 것이 특징이다. PC카드의 발전된 형태라기보다는 가정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소니는 다른 규격과 마찬가지로 메모리스틱의 규격을 공개해 업체의 동참을 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여기에 참여해 상품화한 업체는 없다.
그러나 소니는 메모리스틱이 향후 가전제품의 네트워크화에 핵심적인 제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자사제품에 적극적으로 탑재해 나갈 계획이다.
또 이같은 규격과 거의 같은 시기에 미국 인텔과 일본 후지쯔, 샤프 등이 주도한 「미니어처카드」도 제품화됐지만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한 상태다.
이상을 소형 메모리카드의 표준화를 둘러싼 제1라운드라고 한다면 앞으로 펼쳐질 상황을 제2라운드라 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를 이어갈 유망 시장으로 MP3플레이어라는 대어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MP3는 동영상 압축기술로 널리 보급되고 있는 MPEG방식 중 음성 부분을 독립시킨 것으로 보면 된다. 콤팩트디스크(CD)의 음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데이터의 용량을 10% 정도로 압축할 수 있어 차세대 휴대형 오디오로 각광을 받고 있다.
MP3플레이어는 한국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독일의 폰티스사가 제품을 시판하기 시작했고 올 가을부터는 일본 업체들도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MP3플레이어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메모리카드 시장규모는 디지털카메라의 몇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메모리카드 업계의 기대도 부풀어 있는 상태다.
이같은 기대를 안고 등장한 것이 바로 「멀티미디어카드」라는 새로운 규격이다.
멀티미디어카드는 샌디스크와 독일의 지멘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면적은 콤팩트플래시의 절반 수준이며 두께도 1.4㎜로 얇다.
폰티스가 멀티미디어카드를 MP3플레이어용 메모리카드로 채택한데 이어 핀란드의 노키아도 이를 채택한 휴대폰을 미국·유럽 시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멀티미디어카드는 올 여름 이후에는 양산이 시작되는 데다 일본에서도 지멘스와 제휴한 히타치제작소가 상품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어서 빠른 세력확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메모리카드 규격 진영도 대책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P3용 메모리카드에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제어용 마이크로컨트롤러를 탑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현재 사양 결정을 위한 최종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소니는 표준사양이 결정되는 대로 메모리스틱에 제어기능을 추가하기로 했고 도시바도 스마트미디어를 MP3플레이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콤팩트플래시 진영 역시 종전에 「0」 「1」 등 2단계였던 신호기록을 4단계로 세분화해 용량을 늘려 경쟁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반도체 업체들도 그렇지만 특히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메모리카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비단 새로운 시장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메모리카드가 D램가격의 대폭적인 하락으로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일본 반도체 업체의 경영상태를 흑자로 돌리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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