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34인이 참여해 만든 프로젝트 랩 앨범 「1999 대한민국」이 발매 3개월만에 10만여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10∼20대 초반 젊은층들로부터 폭발적인 반향을 얻고 있다. 더욱이 이 앨범 기획사가 음반전문업체가 아닌 통신서비스업체 데이콤 천리안이라는 점과, 지상파 방송이 아닌 PC통신을 통해 이 앨범이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음반업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 현재까지의 이 앨범 판매량은 12만장 정도. 월평균 4만장이 판매된 셈이다. 이 앨범을 기획·제작한 데이콤 천리안측은 이같은 여세가 그치지 않고 있어 곧 20만장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4인의 래퍼에 의해 만들어진 이 앨범의 특징은 말 그대로 프로젝트 앨범이라는 데 있다. 기존의 앨범들이 일정한 콘셉트 하에서 편집된 컴필레이션 형식의 앨범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 앨범을 국내 최초의 프로젝트 랩 앨범으로 꼽기도 한다.
이에 덧붙여 곡의 완성도와 랩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는 평까지 듣고 있다. 10대인 이글파이브의 대니로부터 30대인 쿨의 김성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래퍼가 참여한 이 앨범은 클래식에서 재즈·발라드·트로트 등 이른바 랩을 표현할 수 있는 장르는 모두 동원해 신선함을 안겨준다.
이 앨범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룹은 「허니 패밀리」. 폴모리아 악단이 연주해 유명해 진 샹송 「Love Is Blue」를 샘플링해 만든 허니 패밀리의 「우리같이 해요」는 386세대에까지 어필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이것봐」의 TEAM과 드렁큰 타이거·업타운 등도 이 앨범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는 등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천리안이 이 앨범을 제작한 것은 지난 2월. 젊은 신인가수들, 특히 래퍼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2억여원이란 거금을 마련한 것이다. 문제는 판촉. 음반은 만들었으나 이 분야의 매니지먼트 경험이 없는 천리안은 결국 네티즌들에게 매달리기로 했다. 시연회도 잇달아 가졌다. 네티즌들이 원하는 노래 샘플과 퀴즈 맞추기, 뮤직비디오 감상 등의 메뉴를 갖춘 「1999 대한민국」이란 사이트를 띄운 것.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PC통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 앨범에 대한 소문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고, 판매량은 껑충 뛰었다. 『지상파 방송사를 통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음반업계의 통설을 가볍게 무너뜨린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음반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한마디로 이 불경기에 판매량이 10만장을 넘어섰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지난 5월 이후 10만장 이상 판매된 음반은 불과 15개에 그치고 있고, 그 앨범들마저 유승준과 핑클·김현정·임창정·김민종 등 이른바 스타 가수들의 앨범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더욱이 소수 장르로 여겨지는 랩 앨범으로 이같은 성적을 거뒀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천리안의 김웅 콘텐츠사업팀 과장은 『음악성이 뛰어난 사람들을 운좋게 잘 만났고, 이왕 만드는 음반이니까 잘 만들어 보자고 했을 뿐』이라면서 『앞으로 젊은층을 위한 문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리안측은 네티즌들의 성화에 올연말께에는 「2000 대한민국」이란 2집 앨범을 만들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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