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개정된 종합유선방송법의 본격 시행으로 복수 프로그램 공급사업자(MPP)의 등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MPP 전환 작업이 발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종합유선방송국(SO)들간의 복수SO(MSO) 구축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점차 가시화하고 있으나, MPP는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못해 몇몇 MSO를 제외하곤 지지부진한 상태다.
우선 29개 PP 가운데 MPP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동양그룹이다. 만화전문채널인 투니버스와 바둑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동양그룹은 지난 6월 대우의 영화전문채널인 OCN(옛 DCN)을 인수, 3개의 채널을 갖춘 MPP로 부상했다.
특히 동양그룹은 MPP 운영에 따른 통합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6일 각기 따로 흩어져 있던 연구소를 경기도 분당 신사옥으로 통합, 본격적인 MPP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이들 3개 PP는 통합후 외견상 독자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영업을 3개팀으로 나눠 광고주별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제작 및 SO에 대한 영업 등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홈쇼핑 전문채널인 39쇼핑을 운영하고 있는 39그룹 역시 지난 96년 말 인수한 드라마넷과의 통합이 사실상 본궤도에 올랐다.
현재 편성을 제외하곤 SO마케팅·광고 수주 등 모든 활동을 같이 하고 있다. 39그룹은 앞으로 PP는 물론 SO 매입에도 적극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들 두 그룹 이외에 현재 MPP를 적극 추진중인 업체를 선뜻 꼽기는 어렵다.
당초 MPP로 운영됐던 삼성 그룹의 Q채널(제일기획)과 캐치원(삼성물산)의 경우 Q채널은 중앙일보 계열사로 인수돼 현재 중앙방송으로 새롭게 탄생했으나, 프리미엄 채널인 캐치원은 아직 중앙일보와의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재 동양그룹의 OCN과 캐치원을 별도 법인 형태로 합쳐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중앙일보의 Q채널과 통합, MPP로 운영될지에 대해 분명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행보가 불분명한 캐치원과 현재 매각을 추진중인 현대 계열 오락채널 HBS의 향방에 따라 MPP의 구도가 상당히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아직 이들 업체를 기존 PP들이 전격 인수해 MPP 체제로 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이미 부채 규모가 상당한 기존 PP들이 이들을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실제MPP로 가더라도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PP들은 여전히 MPP에 대해 강한 미련을 갖고 있다.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앞으로 탄생할 위성방송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MPP밖엔 달리 대안이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기존 PP들 사이에서는 추가 채널 확보를 통한 MPP 구축방안이 새로운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 실제로 음악전문채널인 m.net이 최근 문화관광부에 제출,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요리채널」이 허용되면 MPP 작업이 상당한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Q채널도 장기적으로 기존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을 세분화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으며, HBS도 한때 오락채널을 세분화해 MPP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장기적으로는 이같은 방식을 통한 MPP운영 방안이 보편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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